[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17) 수리남 아마존에서

입력 2014-06-14 02:41

“형제는 8년 만에 이곳을 방문한 한국인이에요.”

선교사님은 이역만리까지 찾아 온 고국의 청년들을 반갑게 맞았다. 그럴 만도 했다. 수리남, 사람들은 이 나라 이름을 들으면 대개 아프리카 어디쯤 있는 나라냐고 되묻는다. 남미 대륙의 북단에 위치한 이곳은 아마존을 끼고 위치해 있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땅이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묻힌 곳이다. 놀랍게도 이곳에서 홀로 20년 넘도록 복음 사역을 하고 있는 단 한 가정, 한국인 선교사 부부가 있다. 안석렬, 이성옥 선교사다.

방문하기 전까지, 아니 방문해서도 이 나라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그러나 내게는 이곳에서도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믿음이 무엇인가. 불확실한 모든 상황 속에서 가장 확실한 하나님을 신뢰하며 말씀을 붙잡는 태도가 아닌가. 미리 연락을 취했다. 덕분에 선교지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사였다.

머무는 내내 예고 없는 열대성 호우가 내렸다. 습도가 높아 샤워를 하고 뒤돌아서서 조금만 움직여도 다시 땀으로 흥건해졌다. 차라리 쏟아지는 비는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사역을 하기엔 꽤 까다로운 날씨일 것이다.

주일이었다. 소형 트럭에 실어갈 것들도 참 많았다. 정글 속 깊은 오지로 가야 하기에 만반의 준비를 마쳐야 한다. 비포장 길을 따라 아마존 유역 밀림에 도착하면 멀리 떨어진 집을 하나하나 방문했다. 아픈 데는 없는지, 필요한 물건은 없는지 물었다. 그리고 주일 예배가 있다는 것을 알렸다. 사람들은 이성옥 선교사의 방문을 환영했다.

폐쇄적인 원주민들의 마음 문을 여는 데만 수년이 걸렸단다. 그들을 웃게 한 건 다름 아닌 성실한 진심이었다. 초기 사역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돌이 날아오기도 했다. 거칠게 배척당해야 했다. 그러나 늘 같은 시간에, 늘 같은 마음으로, 늘 그들을 위로하는 동양의 낯선 이들을 점점 마음에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정글 한가운데 세워진 교회는 단출했다. 벽은 없고, 지붕만 얹어놓은 형태였다. 더위와 비를 피하기 위한 이곳 사정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다. 예배 시간이 되자 어디선가 나타난 원주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예배 시간 두어 시간 전에 미리 심방을 갔던 가정들이다. 아이들 표정은 한없이 순박했다. 이 선교사는 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또 말씀을 전했다. 노구를 이끌고 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몇 년째 이 사역에 동참해 섬기는 수리남 가족이 있었다. 복음을 통해 어렵게 마음을 나누게 된 주 안의 한 형제 가족이었다. 합력해서 선을 이루는 성경에서의 말씀이 그대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현장이었다.

주일 예배는 각기 다른 원주민 마을에서 두 차례 드려졌다. 땀으로 절여진 등은 소금기를 흠뻑 머금었다. 얼굴이 이미 새까맣게 다 탔다. 광야에서 은혜로 드린 예배의 흔적이다. 이 기쁨에 자전거를 타고 오지를 다니고자 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땅에서도 복음의 진리와 이웃 사랑을 가지고 평생을 헌신하는 모습은, 치기 어린 이 청춘에겐 많은 것을 묵상하게 만들었다. 왜 이 선교사 부부를 8년 동안 아무도 찾지 않았을까. 부부는 후임 선교사가 없을까 걱정했다.

수리남이란 나라를 모른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게 된 이상 이제 알게 된 땅이 됐다. 그러니 당신의 아주 작은 기도조차도 하나님의 기쁨이 되고, 그 땅에는 큰 위로와 격려가 될 것이다. 쉽게 내딛기 어려운 오지에서도 주님의 섭리는 아름답게 빛이 나고 있었다.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역하는 게 아닌 하나님의 시선을 경외하며 살아가는 한 선교사 노부부가 그곳에 있었다.

(작가·vision-mat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