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홍차 덕에 아파트를 싼 값에 구입하고 빨간 색 옷을 입어 선거에서 이겼다는 얘기가 현실 속에서 가능할까.
저자는 10년 전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심리학부 교수인 저자가 이집트 텔아비브에 있던 자신의 아파트를 파는 과정에서 낭패를 본 경험담이다.
한 신혼부부에게 터무니없게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판 것을 저자는 따뜻한 홍차 한잔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재미난 연구 결과가 여기 있다. 실험진행자는 사람들에게 누구도 만나본 적 없는 가상의 인물 A씨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A씨에 대해 질문한다. 누군가는 A씨를 관대하고 배려가 있으며 온화하다고 평가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비사교적이며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그럼 여기서 질문. 똑같은 설명을 듣고 이렇게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2008년 미국 예일대학교 존 바그 교수와 제자인 로렌스 윌리엄스가 진행한 연구 내용의 결과를 알린다. 긍정적 평가를 내린 사람들은 답을 하기 전 따뜻한 커피가 담긴 잔을 들고 있었고 부정적 평가를 내린 사람들은 차가운 커피가 담긴 잔을 들고 있었다.
따뜻한 커피나 홍차 한잔, 푹신한 소파 같은 따스한 기운이 스며들면 대인 관계와 관련해 훈훈한 마음을 촉진시켰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인간의 감각에 대해 체계적으로 탐구해 왔다. 연구 사례들을 통해 촉각과 맛, 무게, 색깔, 수직 위치, 물리적 청결 같은 감각이 인간의 행동과 감정,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른바 아웃사이드 인(외부로부터 느끼는 감각이 인간 내면에 영향을 끼치는 현상) 효과를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감각’을 통해 행동과 마음을 조정당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얘기다. 무거운 클립보드에 끼워 놓은 이력서는 진중하고 프로다운 인상을 풍기고, 따뜻한 온도가 사람들을 일시적으로 친절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 빨간색을 보면 저조한 시험점수를 받게 되기 쉬운데, 빨간 펜으로 채점한 시험지나 F(실패) 도장이 빨간색을 ‘실패’로 인식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공훈 옮김.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책과 길] 행동·마음을 조정하는 감각의 비밀
입력 2014-06-13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