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하루에 7명이 일하다 죽는 사회 고발하다

입력 2014-06-13 02:48
건설 현장의 붕괴사고로 매몰된 노동자들이 구조 받는 모습. 한국의 산업 재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국민일보DB
노동자, 쓰러지다
하루에 7명. 대한민국의 일터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숫자다. 이 책은 왜 이렇게 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발로 뛰며 취재한 기록이다. 안전보다 이윤이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카메라가 생중계할 틈도 없이 생명이 침몰해 가고 있는 현장을 고발한 문제작이다.

지은이는 산업재해를 취재하던 독립저널리스트다. 당연하다고 여기던 일들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충격을 받아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스웨덴 사람에게 “거기선 일하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사람이 일하는데 왜 죽느냐”고 의아해 했다는 것이다. 스웨덴이 잘났다는 게 아니라, 지구상 어딘가에 일하다 죽는 일이 없는 나라가 있다면, 한국에서도 사람이 일하다 죽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깨달음이었다. 비정상의 정상화라고나 할까.

오케이, 여기까지. 다 아는 이야기이고 마음 답답해지는 이야기다. 굳이 책으로 다시 확인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이 책은 30초 안팎의 단신으로 요약되는 산업재해 사고를 앞길 창창한 젊은이와 어린 자녀의 엄마·아빠가 지쳐 주저앉아 한숨을 쉬고 땀 흘리고 눈물 흘리며 견뎌가는 일상의 다큐멘터리로 엮어냈다.

한국이 세계1위라고 자랑하는 조선산업의 경우를 보자. 고임금 정규직이 보장되는 꿈의 일자리로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신발 치수보다 좁은 발판 위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는 물론이고, 바늘구멍을 통과한 정규직 노동자도 안전을 보장 받기 어렵다.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해 바다에 빠져도 119구조대를 부르지 않는다.

울산 동구에만 정형외과가 30개가 넘는다. 한낮에 작업복을 입은 채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이 산재 판정을 피하려고 “자전거 타다 넘어졌다” 아니면 “길 가다 부딪쳤다”고 답한다. 철도 기관사, 우체국 집배원, 콜센터 직원과 청소년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처지가 저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생명을 위협한다.

이 책은 실천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도 충실하다. 10만원을 들여 안전펜스를 설치하고, 300만원을 들여 습기를 걷어내면 ‘재수 없어 죽는’ 일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산재보험 제도를 조금 더 손보면 훨씬 더 맘 놓고 일할 수 있다.

매년 2000여명이 일하다 죽는 사회를 바꾸려면 무엇보다 감수성이 중요하다고 이 책은 얘기한다. 사람 목숨을 지키는 것이 당장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공감하는 것, 그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다. 이 책을 읽어야할 이유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