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ING생명,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실패했던 과거를 딛고 LIG손해보험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데 성공했다. KB금융이 최근 각종 금융사고와 금융 당국의 중징계 예고 등의 악재로 LIG손보 인수전에서 또다시 고배(苦杯)를 마실 거라는 업계 안팎의 관측을 깬 것이다. 손보업계 4위의 LIG손보에 KB금융의 막대한 자금 동원력이 더해지면 보험업계 전체 판도도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매각 주관사 골드만삭스는 KB금융을 LIG손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 통보했다. 협상대상자 2순위는 동양생명·보고펀드로 알려졌다. 2주간 배타적 협상기간을 통해 KB금융과 결론을 내지 못하면 2순위 협상대상자로 넘어가는 식이다.
관심은 KB금융이 금융 당국의 자회사 승인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KB금융은 최근 일어난 내분 사태와 각종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기관경고’ 예정 통보를 받은 상태다. 보험업법상 기관 경고 이상 제재를 받은 금융기관은 대주주가 될 수 없지만, KB금융은 금융지주회사법상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어 자격 제한을 피해 갈 수는 있다. 결국 금융위원회의 판단에 달린 셈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승인 여부는 KB금융의 경영상태, 자회사 관리 실태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뤄진다”면서 “제재를 받는 것이 승인 거부의 직접적 요인은 되지 않지만 평가에 마이너스는 될 수 있어서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B금융 측은 승인 통과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하는 분위기다. KB금융 관계자는“법리 검토를 받아본 결과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서 “협상은 우리 쪽에 유리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실제 외부악재에도 불구하고 매각자 측의 분위기는 KB금융 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강한 인수 의지를 피력해 왔지만 KB금융의 자금 동원력 등을 근거로 한 시너지 효과가 더 높게 평가받았다는 후문이다. LIG손보 노동조합이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고 동종업계 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롯데그룹으로의 피인수를 강하게 반대해온 것도 KB금융 측에 강점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9일 KB금융이 롯데그룹 측과 유사한 6000억원대 가격을 제안하고 나서면서 확실히 무게가 실렸다는 후문이다.
KB금융이 LIG손보 인수에 성공하면 손보업계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은 상황이지만 업계에 큰 파장이 있을 사안이어서 협상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KB금융, LIG손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관경고’ 제한 뚫고 승인 따낼지 관심
입력 2014-06-12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