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총리’ 결국 물 건너가나… 文 후보자 “처음 들어보는 얘기… 나는 모르겠다” 논란

입력 2014-06-12 04:29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책임총리는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강한 추진력으로 '국가 대개조'를 하라고 주문받은 차기 총리 후보자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기대와 역할을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책임총리는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는 관측이다.

문 후보자는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에 마련된 자신의 집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로부터 '책임총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책임총리, 그런 것은 지금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답했다. 서울대 초빙교수인 그는 마지막 서울대 강의를 한 뒤에도 "책임총리라는 게 뭐가 있겠나. 나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아침에 한 말은 말실수인가'라는 질문에 "말실수를 한 것 없다"고도 했다.

문 후보자는 앞서 언론과의 접촉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자 "책임총리는 무슨…"이라며 "(나는) 책임총리가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1인에게 행정부 권력이 집중된 현재의 국가 시스템에서는 총리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책임총리의 비현실성을 들어 사실상 이를 달성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 대선 공약인 책임총리제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말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금태섭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지극히 오만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며 "국민 기대를 저버리고 또 다시 '대독(代讀) 총리' 역할을 하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박지원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칼럼 쓰는 기자에서 받아쓰기 총리로 가는군요"라고 썼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장고 끝에 총리 후보자의 '문'을 열었더니 이 정도면 '참극'"이라고 가세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문 후보자는 뒤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자신의 말에 대해 "책임총리는 법에서 정한 용어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또 문 후보자가 2011년 자신이 다니는 교회 강연에서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잘못된 역사관을 지닌 게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한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퇴근길 집무실 앞에서 "여기서 대답할 수 없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하겠다"고만 해명했다.

문 후보자의 보수색깔과 행정 경험이 전무한 점도 우려를 낳는다. 공직사회 적폐 해소를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문제제기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고집과 불통이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해주는 인사"라며 "문 후보자는 국민 통합을 이끌기에 너무나 한쪽에 치우친 분"이라고 비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