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문수정] 의료민영화 논란 본질 흐리기… ‘해외 환자 유치’ 내세운 복지부

입력 2014-06-12 02:01

‘외국인 환자’는 ‘환자’인 걸까, 달러가 가득한 가방을 든 ‘관광객’인 걸까.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일 배포한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 영리자회사 허용’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보면 정부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21쪽에 이르는 보도자료 중 7쪽에 걸쳐 의료법인의 영리사업을 확대하면 외국인 환자를 더 많이 유치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영리사업을 늘리면 우리 국민이 돈을 더 쓰게 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외국인이 의료관광을 하고 갈 것이라는 논리다. 외국인 환자가 많은 돈을 쓰게 하는 것은 국익 아니냐는 설득이다. 의료민영화 우려를 외화벌이라는 명목을 들어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외국인 환자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치료받는 건 좋은 일이다. 국내의 높은 의료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고, 의료 수준을 더 높이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 환자를 ‘투자 유치의 대상’이나 ‘관광객’으로 보는 정부의 인식은 불편하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사람 목숨이 경제 논리보다 중요하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는데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통역, 입에 맞는 환자식 같은 세심한 서비스”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외국인 환자 유치만으로는 의료법인이 영리 부대사업 수익을 제대로 올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외국인 환자를 위한 의료관광호텔 객실의 40%는 내국인 환자가 이용하도록 정해 놓았다. 아픈 국민의 지갑이 열려야 의료법인의 영리사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야권, 시민사회단체는 의료법인의 영리사업 허용을 의료민영화 수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투자 명목을 내세워 ‘의료민영화’ 논란의 본질을 흐리려는 복지부의 시도는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문수정 사회부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