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發 연정 효과’… 국회에도 ‘여야 협치’ 바람 분다

입력 2014-06-12 02:22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안한 ‘여야 간 도정 정책협의’를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6·4지방선거 이후 여야 협치가 정치권의 새로운 흐름으로 부상했다. 지방발(發) 여야 협치의 순풍이 국회까지 확산되고 있다. 끝없는 정쟁으로 ‘국회 마비’라는 오명을 들었던 여야가 상생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의 여야 협치 움직임에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여야는 월드컵 기간 중에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기관보고를 받을지를 놓고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여야의 견해차도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정쟁과 충돌, 갈등만이 지배했던 여야 관계에 협치 모델이 긍정 바이러스로 확산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보인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오후 5시30분쯤 국회에 있는 새정치연합 김한길 공동대표실을 찾았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함께했다. 이 원내대표는 김 대표와 국회 상임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의원들이 현재 겸임하는 국회 정보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전임 상임위로 전환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 지도부가 머리를 맞댄 것이다.

회동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전임 상임위를 요구하는 김 대표 입장에 이 원내대표는 “후반기 상임위 구성을 마쳐야 하는데 지금 제도를 바꾸는 것은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시간을 갖고 좀 더 연구해보자”고 답했다.

소득은 없었으나 반향은 컸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11일 “예전 같았다면 여야 지도부가 몰래 회동했거나 복잡한 의전 절차를 거쳐 만났을 것”이라며 “방을 찾아가 만나는 것도 ‘우리 쪽이 급해 보인다’ ‘우리가 먼저 고개를 숙일 필요 없다’는 등 반대가 쏟아졌을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가 격식을 따지지 않고 야당 대표를 찾아가고, 야당 대표는 찾아 온 여당 인사와 진지하게 회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신선해 보인다. 그동안 우리 정치가 진정한 소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이렇게 자연스러운 회동을 늘려나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박근혜 대통령의 16∼21일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에 고(故) 전태일 열사 동생인 전순옥 의원을 파견키로 결정한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야당 의원이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8월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의 전태일재단 방문이 유족들의 거부로 무산된 것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외치다 분신했던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참하는 것은 ‘역사의 화해’라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의 순방 동행에는 이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공이 컸다는 후문이다.

이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매주 월요일 주례회동을 갖기로 합의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발 여야 협치를 제일 먼저 제안한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는 “인사뿐만 아니라 정책도 야당과 협의하겠다”면서 “여야 정책협의회 첫 모임을 12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 당선자는 이어 “사회통합 부지사뿐 아니라 정책연대가 가능해진다면 인사 권한을 야당에 더 드릴 생각도 있다”면서 “경기도에서 시작하게 될 새로운 정치시도, 여야 간 협치, 독일식 연정은 아마 작은 연정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