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불법어업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위기에 처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 개발도상국들로 이뤄진 유럽연합(EU) 지정 예비 불법어업국에 세계 3대 원양강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우리나라가 끼어 있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11일 서울 도렴동 외교청사에서 세자르 데벤 EU 집행위 수산총국 수석자문관 등 4명의 실사단을 만나 불법조업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향후 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EU가 지정하는 불법어업국에 지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EU는 이달 말까지 불법어업국 지정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고 9월쯤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EU 실사단은 지난 9일 부산의 조업감시센터(FMC)에서 어선위치추적장치(VMS)를 이용한 어선 감독실태를 확인했다. 수산물품질관리원을 찾아 EU로 수출하는 수산물에 발급하는 어획증명서 운영실태도 살폈다.
현재 EU가 지정한 예비 불법어업국은 한국, 피지, 파나마, 스리랑카, 토고, 바누아투, 가나, 퀴라소 등 8개국이다. EU는 이들 국가에 대해 실사를 벌여 최종적으로 불법어업국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기니, 벨리즈, 캄보디아 등 3개국은 이미 지난 3월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됐다.
불법어업국이 되면 연간 1억 달러에 달하는 수산물의 EU 수출이 막히게 된다.
한국은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지난해 7월 원양산업발전법을 개정해 국내 원양어선에 VMS를 부착하고, 이를 감시할 FMC를 세우기로 했다. 불법어업을 하다가 단속될 경우 당초 100만원 정도에 그쳤던 과태료를 어획가의 3배로 올리는 등 처벌 규정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법을 이행하는 과정이 지지부진하고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한국 어선의 불법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판단한 EU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목했다.
일부에선 EU가 의도적으로 한국을 찍어 내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한국 원양어선들이 서아프리카 일대에서 조업활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EU가 작정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한 원양업계 관계자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불법 어업행위는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다”며 “그동안 정부와 업계가 EU의 요구를 성실히 이행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EU가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원양 강국으로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입장에 처한 것은 유감”이라며 “지속가능한 원양산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 등을 EU에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상 기자
EU, 한국 불법어업국 여부 6월 말 결론… 1억달러 수산물 수출길 막히나
입력 2014-06-12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