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몰카 사진 32장 중 1장만 유죄 선고, 왜?

입력 2014-06-12 02:09
조선족 홍모(42)씨는 지난 3월 서울 도심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젊은 여성들 사진 32장을 몰래 촬영했다가 적발됐다. 검찰은 홍씨에게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성폭력 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안호봉 부장판사는 홍씨가 찍은 사진 32장 중 1장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유죄가 된 사진은 지하철 승강장 벤치에 앉아 있는 여성의 다리를 몰래 찍은 사진이었다.

나머지 사진들은 주로 짧은 치마나 반바지, 몸에 달라붙는 긴바지를 입은 여성들의 앉아 있거나 걸어 다니는 전신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여성들의 하의가 짧아 다리 부분이 무릎 위까지 노출되는 사진도 있었다. 안 부장판사는 “도심에서 같은 연령대 여성의 통상적인 수준을 넘는 과도한 노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안 부장판사는 “해당 사진들은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일반적 눈높이에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라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를 찍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국내 문화에 익숙지 않은 피고인이 서울 여성들의 개방적인 옷차림에 호기심을 가져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