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악연이다. KB금융지주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금융 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이번엔 임영록 지주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함께 중징계 사전 통보를 받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작은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된 후 은행 수장이었던 김정태 초대 행장부터다. 김 전 행장은 2004년 임기 한 달을 남기고 문책경고를 받았다. 국민카드 합병과 관련해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KB금융지주 초대 회장이었던 황영기 전 회장도 우리지주 회장 겸 은행장 재직시절 1조원대의 파생상품 투자손실을 이유로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받았다.
이어 회장 직무대행을 맡으며 차기 KB지주 회장 내정자가 된 강정원 전 행장 역시 금융감독원과 마찰을 빚으며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손실, 이사회 허위보고 등으로 문책상당 경고를 받았다. 결국 회장 후보에서 사퇴했다. 어윤대 전 회장도 ING생명 인수 무산 후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에 미공개 정보를 건넨 혐의로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최근 KB지주 사태에서 벌어진 일련의 금융사고는 낙하산 인사 등에 따른 구조적 문제를 보여줬다. 금융 당국이 감독과 제재에 나서는 것은 합당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제재가 ‘KB 길들이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김 전 행장 징계 후 당시 김태동 금융통화위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태 행장 징계는 관치”라며 “앞으로 관료의 눈치 보는 CEO가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황 전 회장이 제기한 징계 취소 소송에서 금감원이 패소해 퇴진 압박을 위한 무리한 징계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때문에 임 회장의 징계 수위를 두고 ‘관치’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하나캐피탈 사장 재직 당시 저축은행 부당지원으로 문책 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아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KT ENS 관련 부실 대출로 추가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비즈카페] 10년 징계史… KB금융-금융당국 ‘악연’
입력 2014-06-12 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