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사진) 주일대사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국정원 개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은 ‘친박 실세’인 이 후보자가 과연 2012년 대선 댓글 의혹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으로 불거진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이미 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차떼기 사건’ 연루자라는 비난에서부터 정치중립과는 거리가 먼 인사라는 공격까지 다양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인물이 과연 국정원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많은 걱정이 앞선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후보자는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회창 후보 특보로 일하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이인제 의원 쪽 특보에게 5억원을 전달했다. “우리 당에 유리한 역할을 해 달라”는 명목이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 후보자를 단순 전달자로 판단해 기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전력으로 인해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다른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달에는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했던 분(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 후보로 지명하더니 이번에는 ‘차떼기’ 자금을 전달한 사람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정했다”며 “당 공천에서도 탈락한 사람에게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을 맡긴다는 발상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 후보자의 정치권 경력도 도마에 올랐다. 30년 가까이 새누리당과 뿌리 깊은 인연을 맺어온 이 후보자가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새정치연합 금태섭 대변인은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정원 개혁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국정원 개혁을 하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1981년 당시 노태우 정무장관 비서로 시작해 노태우 전 대통령 의전수석, 김영삼정부의 국가안전기획부 2차장,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 대선캠프 참가 등의 경력을 꼬집은 것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언제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수첩인사를 계속 하실지 답답하다”는 말로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국정원 관련 사건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며 강하게 ‘국정원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온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이번 이 후보자 인선이 자칫 당 전략을 혼선에 빠뜨리고 동력을 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벼르고 있는 모습이다. 철저한 검증으로 “그냥 넘어가주지 않겠다”는 모양새다. 김한길 공동대표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빈틈없이 따지고 검증할 것”이라고 전면전을 선언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野 "차떼기 연루… 국정원 개혁되겠나"… 이병기 후보자 불법대선자금 전달 논란
입력 2014-06-12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