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적합업종 손질… 대기업만 웃었다

입력 2014-06-12 03:51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중소기업에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댄 반면 대기업에 대해선 너그러워졌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의한 피해사실이 명확해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청 접수할 수 있게 됐고, 외국계 기업과의 역차별 가능성이 있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완화됐다.

동반위는 11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28차 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운영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중소기업계는 2011년 9월 골목상권 보호와 육성을 내걸고 도입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원뜻이 상당부분 희석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어떻게 달라지나=중소기업이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려면 해당 업종의 전국적 대표성이 있는 단체가 나서서 명확한 피해 사례를 제시해야 접수할 수 있다. 17개 광역 시·도를 기준으로 8개 이상 시·도에 있는 조합·단체 회원 동의 및 전국단위 협동조합, 연합회의 경우만 인정키로 했다. 이에 반해 적합성 검토 단계에서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역차별이 크거나 외국계 기업 진출로 시장잠식이 크게 우려되는 경우, 대·중소기업 간 자율경쟁을 통해 고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은 적합업종 심사에서 제외키로 했다. 대기업 쪽 얘기를 많이 들어준 셈이다. 또 전문 중견기업 보호를 위해 중소기업에서 성장한 일정 규모 이상의 제조 중견기업은 적합업종 권고대상에서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외국계 기업도 국내 사업체 규모 등을 기준으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분류해 국내 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도록 했다. 외국본사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이 한국 사업 지분의 30%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한 업체는 대기업으로 간주한다. 적합업종 합의기간은 최장 3년이며 1회에 한해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적용 결과에 따라 연장기간은 기존 3년에서 1∼3년 내에서 차등화할 방침이다. 올해 권고기간이 끝나는 82개 품목에 대한 재합의 신청은 7월 10일까지 한다.

◇중소기업계 "대기업 얘기만 들어줬다"=동반위는 "그동안 제도 운영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점을 해소하고 동반성장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의견만 일방적으로 들어줬다고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중소기업계는 오늘 동반위의 적합업종제도 개선안에 중소기업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 가이드라인 적용에 있어 그 기준과 적용방법, 그리고 사실관계를 명백히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대한제과협회도 동반위에 "적합업종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의견서를 전달했다. 반면 대기업들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제도의 기준과 합리성이 확보됐다며 긍정 평가했다.

한편 동반위는 10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3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도 발표했다(표 참조). 평가 결과 '최우수'는 가장 높은 등급이고, '보통'은 가장 낮은 등급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최고 등급을 받은 반면 홈플러스는 3년째 최하위 등급을 받아 컨설팅 지원대상이 됐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