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1부 (1)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분열] ② 한기총, 어떻게 분열됐나

입력 2014-06-12 02:32

1989년 출범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상당 기간 동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함께 한국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관으로 인정받았다. 두 단체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부활절연합예배를 공동으로 드릴 때는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그러나 지금 한기총은 주요 교단들의 탈퇴 또는 행정보류로 대표성과 연합성을 모두 상실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기총의 분열과 위상 추락의 분기점은 2011년 불거진 한기총 대표회장 금권선거 논란이었다. 그해 1월 열린 정기총회는 전임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의 사회로 열렸지만 길자연 차기 대표회장 당선자의 불법 선거운동 논란으로 몸싸움과 고성이 난무했다. 더 이상 회의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 목사는 정회를 선포하고 퇴장했다. 그러나 회의장에 남아 있던 한기총 공동회장과 명예회장 등이 임시의장을 세워 총회를 속개해 길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인준했다.

이 목사는 곧바로 양심선언을 통해 자신을 포함한 한기총 대표회장의 금품선거 관행을 폭로했고 길 목사 측이었던 이만신 목사도 이를 인정했다. 사실 한기총의 금품선거 관행은 고질적인 것이었다. 주요 교단의 총무를 지낸 A목사는 11일 “한기총의 돈 선거는 2003년쯤부터 시작됐다. 초창기엔 실행위원 1명당 10만원 정도를 뿌렸는데 나중에 수백만원까지 늘어났다”면서 “연말만 되면 보너스처럼 수백만원의 돈이 실행위원들에게 전달됐는데 후보자가 많을수록 액수도 커졌고 브로커들도 활개를 쳤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2011년 금품선거 폭로는 겉으로만 ‘함께 회개하자’는 모양새를 취했을 뿐이었다. 이면에는 대표회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고 이는 결국 사회법정의 소송으로 비화됐다. 길 목사 반대 측은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그해 3월28일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한기총은 대표회장 직무정지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법원은 김용호 변호사를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한기총 회원교단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7월7일 특별총회를 열어 이른바 ‘7·7 개혁정관’을 통과시켰다. 길 목사의 대표회장 재인준과 1년 단임제, 교단별 후보 순번제 등이 새 정관의 골자였다. 길 목사 측과 반대 측의 의견을 모두 수렴한 정관이었기 때문에 한기총은 정상화의 길을 가는 것처럼 보였다. 길 목사도 8월29일 대표회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10월28일 한기총 제22-2차 실행위는 개혁정관을 폐기했다. 예장 통합 등 20여 교단은 개혁정관의 복원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12월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도부의 용퇴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2012년 1월 길 목사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홍재철 목사가 대표회장에 단독 입후보하자 총회 불참을 선언했다. 홍 목사는 2월 한기총 대표회장에 선출됐고 대책위는 3월 한국교회연합을 설립했다.

한기총 분열과정에서 한국교회는 부끄러운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교계 언론은 물론 일반 언론에도 상세히 보도되면서 한국교회의 위상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교회 정치의 적나라한 현실을 목격한 일반 성도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교회에 다닌다고 말하기조차 창피하다고 자조했다.

한기총 분열과정에서 한국교회를 교회답지 못하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일부 목회자들의 부와 권력, 명예에 대한 탐욕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개인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공적인 자리를 탐냈고, 이를 차지하기 위해 금품을 뿌리고 모략을 꾸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행태를 바로잡지 못하는 한국교회의 시스템과 의식수준이다. 경건한 분위기에서 민주적으로 진행돼야 할 총회나 실행위원회 등은 툭하면 고성과 폭력이 난무하고 날치기로 진행됐다. 사회의 헌법이나 법률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정관이나 세칙 등은 부실했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선거 때만 되면 스스럼없이 금품을 주고받았다. 교단에서 파송된 총대나 위원들은 공인의 신분임을 망각하고 얄팍한 이해관계에 따라 패거리를 짓고 교회정치를 좌지우지했다. 세상은 민주화되고 선진화됐는데 교회는 후진국형의 낡은 정치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박용규 총신대 교수는 “한기총의 분열과정은 한국교회의 연합과 갱신을 위한 반면교사와 같다”면서 “한국교회가 바로 서는 길은 여기에서 드러난 치부와 병폐들을 바로잡아 철저하게 개혁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고세욱 송세영 유영대 박재찬 신상목 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