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승려였던 캄보디아 출신의 부티는 일자리를 찾아 태국으로 건너왔다. 부티와 같은 꿈을 가진 남성은 미얀마나 캄보디아에 넘쳐났다. 그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직업 소개 브로커의 말을 믿고 배를 탔지만 그곳은 지옥이었다.
브로커들은 이들을 마치 동물처럼 한 사람에 250파운드(약 42만5000원)를 받고 고기잡이배에 팔아넘겼다. 고기잡이배에서는 짐승 같은 대우를 받았다. 쇠사슬에 묶여 생활한 부티는 “그들이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고 나를 동물처럼 다뤘다”며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치를 떨었다.
부티의 동료는 잠도 자지 못한 채 20시간을 일하고 주기적인 구타를 당했다. 전기고문과 히로뽕 강제 주입이 만연했고 수년간 육지를 아예 밟아보지 못한 이도 있었다. 심지어 한 선원은 자신의 눈앞에서 선장이 동료 선원 20명을 총으로 쏴 죽인 다음 바다에 버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짐승 같은 삶을 살면서 잡는 물고기는 바로 새우 양식을 위한 사료로 사용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태국 새우업계가 양식에 쓰이는 사료용 물고기를 잡기 위해 주변 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강제로 배에 태워 노예로 부리는 현장을 6개월에 걸친 탐사보도로 폭로했다. 신문은 불법 노예노동으로 길러진 새우가 전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면서 ‘새우 노예 메커니즘’의 한가운데에 태국의 CP푸드사가 있다고 지목했다. 별명이 ‘세계의 주방’인 이 기업은 주로 노예선을 운영하거나 고용하는 40개의 사료 공급업자로부터 사료를 받아 새우를 양식했다고 보도했다.
태국은 세계 최대의 새우 수출국으로 CP푸드는 연매출 330억 달러(약 33조5000억원)에 달하는 공룡기업이다. 지난해 태국의 새우 수출 물량 50만t 중 10%를 이 회사가 했다. 이 때문에 월마트를 비롯해 까르푸와 코스트코, 테스코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CP푸드가 납품한 새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은 지난해 모두 6만t의 새우(4억3800만 달러)를 수입했으며 이 중 태국산은 5600t(5200만 달러)에 달한다.
부티와 같은 노예노동자는 30만명에 달하는 태국 어업 종사자 중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는 새우업계의 이런 착취가 업계의 인력 부족과 미국과 유럽의 증가하는 수요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비난했다. 아이단 메쿼드 국제반노예연대 국장은 “태국산 새우를 구입하는 것은 노예 노동으로 착취한 사료로 만들어낸 새우를 구입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신문은 무엇보다도 태국 정부가 한 해 73억 달러(약 7조4000억원)에 달하는 새우 수출을 의식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관리는 “정부는 직업 소개 브로커를 없앨 수도 있지만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노예노동으로 길러진 새우 전 세계인 식탁에 오른다
입력 2014-06-12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