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인생 57년 류복성 “내 음악 이제 시작”

입력 2014-06-12 02:17
류복성은 “재즈는 나 같은 70대부터 10대 어린아이까지 누구나 들으며 즐길 수 있는 평등한 음악”이라며 “아이돌 댄스음악 일색인 한국 대중문화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류복성 제공

연습실에는 드럼 세트와 각종 타악기들이 즐비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로에 있는 작은 건물 지하 공간. 일찍 온 더위를 아랑곳 않고 연신 땀 흘리며 연습 중인 이 사람. 60년 가까이 재즈를 부르짖었던, 한국 재즈 1세대를 대표하는 뮤지션 류복성(74)이다.

그가 15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재즈 인생 57주년 류복성 재즈 콘서트’를 연다. 지난 10일 만난 연습실에서 그는 “우리나라에도 언젠간 재즈 열풍이 불 것”이라며 “재즈음악의 존재 이유를 알리고 싶어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흰 민소매 티셔츠에 화려한 색깔의 짧은 고무줄 바지를 입은 모습은 자유로운 ‘보헤미안’ 그대로였다. 탄탄한 팔 근육과 다부진 몸집에선 관록의 드러머 냄새가 났다.

중학교 밴드부 드러머로 음악을 시작한 류복성은 18세 때 미8군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세계적 타악인 아기 콜론을 사사했고 이봉조악단, 길옥윤재즈올스타즈 등을 거쳤다. 1967년 류복성재즈메신저스를 창단하며 본격적인 음악 인생을 시작했지만 그가 대중에게 알려진 건 70년대 인기리에 방송됐던 MBC 드라마 ‘수사반장’의 타이틀곡 덕분이다. 직접 작곡하고 라틴 타악기 봉고로 연주한 ‘수사반장’의 OST 선율을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재즈를 놓치 않을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올까. 그는 재즈 팬으로 인연을 맺은 ‘카지노 대부’ 고 전락원(1927∼2004)씨의 말을 소개했다.

“‘재즈에는 철학이 있다. 음악으로 구걸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라’고 말하곤 하셨지요. 그 말을 마음에 품고 쉬지 않고 온 거지.”

70대 중반의 나이다 그런데도 “내 음악 인생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생명이 붙어 있는 한 계속 재즈 음악을 해 나갈 것”이라는 그는 “재즈 박물관 건립과 재즈 페스티벌 개최를 위해서도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57년간 나를 위한 음악을 해 왔어요. 누구보다 내가 이 음악을 사랑했거든요. 연주자가 사랑하는 음악을 할 때 관객도 감동을 받는 것 같아요.”

이번 공연에선 ‘테이크 파이브’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 등 유명 재즈곡부터 자신의 히트곡 ‘혼자 걷는 명동길’, 드라마 ‘수사반장’의 타이틀곡 등 블루스, 라틴, 스윙, 퓨전 재즈곡이 연주된다.

드럼, 피아노, 트럼펫, 색소폰 등 12명의 주자로 이뤄진 ‘류복성올스타빅밴드’와 함께 재즈피아니스트 김광민(54), 보컬 말로(본명 정수월·43), 색소폰 연주자 손성제(43)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