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지명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와 여론의 검증이 본격 시작됐다. 야당은 행정 경험이 전무한 것과 신문기자 시절 극보수 성향을 드러냈다는 점에 검증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반면 여당은 소신 있는 합리적 보수라고 맞서고 있어 이견이 크다.
◇관피아 척결 적임자인가…책임총리는 어려울 듯=차기 총리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뭐니뭐니해도 관피아(관료+마파아) 척결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안대희 전 후보자는 전관예우 논란으로 법피아(법조인+마피아)라는 오명을 쓴 채 낙마했다.
문 후보자는 30여년간 기자의 길을 걸었던 터라 전관예우에서는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본인 스스로 관피아 논란에서 일단 비켜서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문 후보자에게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40대 기수론으로 새누리당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김영우 의원은 11일 라디오에서 “관료들의 ‘셀프개혁’이 한계가 있다는 의미에서 외부 인사를 발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 경험이 없어 관피아 척결 및 정부 개조 적임자라는 논리는 양날의 검과 같다. 관료사회를 모르면서 시도하는 개혁은 ‘셀프개혁’만큼이나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벌써부터 ‘대독 총리’ ‘해바라기 총리’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얼굴마담 또는 바지 총리를 앞세우고 나라를 내 뜻대로 끌고 나가겠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문 후보자가 “책임총리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고 말한 것도 야당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세월호 침몰 이후 청와대가 통합형 책임총리 임명을 신호탄으로 불통 행보를 바꿔주길 기대했지만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 금태섭 대변인은 “(관료사회에서) 왕따가 될 수도 있고 제대로 개혁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강한 보수 본색…사회통합 총리 가능할까=새정치연합은 문 후보자를 극단적 보수 혹은 냉전적 가치를 가진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극단적 보수 성향을 가진 문 후보자에게서 관피아 척결 의지와 진정한 국민통합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극단적인 이념 편향과 냉전적 가치, 증오의 사고로는 통합과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가 야당의 성역인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격하게 비난한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죽음으로 범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혹은 ‘상스럽다’고까지 했다. 사경을 헤매는 김 전 대통령에게는 ‘햇볕정책 실패를 선언하라’고 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건전한 비판과 모욕·조롱은 구분돼야 한다”며 “전직 대통령들을 조롱한 인사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것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근혜 좌장격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보수적 입장이 강하지만 야당에서 좀 크게 봐주는 입장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새정치연합이 제기하는 행정 경험 전무, 극단적 보수성향 등이 총리 임명의 결격사유가 될지는 불분명하다. 이를 판단하는 데는 객관적 요소보다는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야당 내부적으로는 이미 ‘문창극 불가론’이 퍼지고 있다. 따라서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추가 검증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인사청문회의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문창극 총리 후보자 검증] 관피아 척결·사회통합 ‘적임자 여부’에 초점
입력 2014-06-12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