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LG전자 G2 제품 발표회에 참석했던 박현철(43) 부장은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저걸 뛰어넘는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에서 상품기획을 담당하는 그는 G3를 기획하는 임무를 받은 상태였다. 함께 G 개발에 참여했던 박순호(35) 과장을 비롯해 구혜영(30) 대리, 신정인(31) 사원 등 4명으로 팀을 꾸리고 머리를 맞댔다.
사용자 관점에서 접근하고,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걸 큰 방향으로 잡고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G3는 만족스러운 제품이 됐다. 그것도 예정보다 빨리 나왔다. 10일 서울 금천구 디지털로 LG전자 MC연구소에서 이들을 만나 G3 개발에 얽힌 얘기를 들어봤다.
로봇 청소기 아이디어 ‘시너지’
아기를 키우는 신 사원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불만이 있었다. 초점 잡는 속도가 느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아기를 담아내기가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사원은 “많은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카메라에 갖는 불만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안은 LG전자 사업부문 간 ‘기술교류회’에서 찾아냈다.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에서 로봇청소기 ‘로보킹’에 사용된 레이저 기술을 소개한 것이다. 로보킹은 청소를 하다 계단에서 떨어지거나 장애물에 부딪히는 걸 피하기 위해 레이저를 쏴 거리 및 장애물을 측정한다. 속도는 무척 빨랐다. 레이저가 물체에 도달하는 시간은 0.276초로 눈 깜짝할 사이였다. 카메라에 적용하면 유용하겠다는 판단을 했다. 박 부장은 “스마트폰에 적합하도록 크기를 줄이고, 인체에 유해하지 않도록 레이저 세기를 조절하는 등 과제가 있었다”면서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다른 부서 제품에서 얻어 ‘시너지’를 낸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사용자’의 생각과 느낌 최우선
G3를 기획할 때만 해도 스마트폰 해상도는 풀HD가 최고였다. QHD는 디스플레이업체에서 막 개발했지만 상용화되진 않았다. 제품 출시까지 시차를 고려하면 QHD도 쓸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문제는 풀HD와 QHD가 구별될 만큼 차이가 있는지 여부였다. 스티브 잡스는 300ppi 이상이면 구별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의문을 풀기 위해 전문가를 찾아 다녔다. 구 대리는 “안과 의사, 색채학 교수를 수차례 찾아 인터뷰하면서 사람의 눈이 그 이상까지 구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술작품을 수록하는 아트북은 540ppi,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인화하면 600∼800ppi가 나왔다. 이를 통해 QHD가 사용자들에게 풀HD 이상의 가치를 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구 대리는 “QHD는 풀HD보다 더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미리 정하지 않았다. 박 부장은 “하루 종일 쓰는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가장 편하게 들고, 쓸 수 있는 크기를 고민했다”며 “최적의 크기를 정하고 우리가 가진 기술을 살펴보니 5.5인치 QHD 디스플레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업자들에게 G3 시제품을 공개할 때는 크기를 미리 알리지 않았다. 박 부장은 “대부분 5.1∼5.2인치 정도라고 생각하더라”면서 “나중에 5.5인치라고 알려주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주먹을 쥐었다 펴면 촬영이 되는 기능을 전면 카메라에 넣은 것은 ‘셀피’를 선호하는 여성 사용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여성들은 셀피를 할 때 자연스럽게 상반신이 많이 나오면서 얼굴이 작아보이게 하기 위해 손을 쭉 뻗는다. 구 대리는 “버튼을 누르면 손이 떨려 제대로 사진이 안 나오기 때문에 인식 제스처를 생각하게 됐다”면서 “어떤 제스처를 넣을까 고민했는데 나라마다 하면 안 되는 동작이 있어서 제일 무난한 ‘주먹쥐었다 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두 달 일찍 출시한 ‘자신감’
G3는 당초 예정보다 2개월 정도 일찍 출시됐다. 박 과장은 “일정을 당기면 다들 힘들어하고 어려움도 따르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촉박한 상황도 버텨내는 내성이 LG전자에 생겼다는 점에서 내부 구성원들이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G3 출시 이후 현재까지 받은 성적표도 LG전자 임직원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박 과장은 “사용자들이 많이 쓰는 기능을 더 편리하게 제공하는 쪽으로 G3 개발 방향으로 잡았는데 그렇게 평가를 해줄 때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LG 상품기획 4인방 “G3 이렇게 개발했다”
입력 2014-06-12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