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22분마다 성폭행’ 인도를 바꾸자… 하루만에 100만 서명… SNS의 힘

입력 2014-06-12 02:43
인도 여성 운동가가 인터넷 청원사이트 아바즈에 ‘전염병처럼 번지는 성폭행을 막아달라’고 올린 청원에 삽시간에 100만명이 서명했다. 아바즈 홈페이지 캡처

[친절한 쿡기자] 11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다 페이스북에서 충격적인 사진을 접했습니다. 큰 나무에 두 명의 여자아이가 목이 매달린 채 숨져 있는 장면이었는데요. 사진을 따라가니 ‘전염병처럼 퍼진 성폭행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나왔습니다.

글은 자신을 인도의 캠페인 운동가라고 소개한 알라피아 조애브가 인터넷 사이트 ‘아바즈’에 올린 것이었습니다. 조국에 만연한 성폭행 범죄를 막아달라며 전 세계 네티즌에게 호소하는 내용이었죠.

아바즈는 네티즌들이 특정 이슈를 다룬 청원에 서명을 하거나 의견을 공유하는 곳인데요. 2007년부터 3600여만명 이상의 회원이 1억9100만여건의 청원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그는 어린 인도 소녀가 집단 성폭행 당한 뒤 살해당한 사건을 거론하며 인도에서 이 같은 일이 끊이질 않는다고 고발했습니다. 그가 지목한 사건은 지난달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바헤리의 바다운이라는 마을에서 발생했습니다. 사촌지간인 14, 16세 소녀가 들판으로 용변을 보러 갔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알라피아는 자신도 범행의 대상이 될 뻔했지만 보호 받지 못했다고도 했습니다. “저도 고위 경찰관의 코앞에서 공격당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아무도 처벌 받지 않았습니다. 인도의 제도가 여성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걸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22분마다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2012년 12월에 발생한 여대생 버스 성폭행 살해사건 기억나시죠? 가해자들은 엄벌을 받았습니다만 성폭행은 여전합니다. 지난달 31일에는 역시 바다운 마을에서 얼굴이 황산으로 훼손된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범인들이 여성을 범한 뒤 여성의 신원을 감추려고 만행을 저질렀다고 하네요.

알라피아는 잇단 성폭행을 국가 위기사태로 여기고 과감하게 일어섰습니다. 인도 여성이 청원을 낸 것은 처음이랍니다. 알라피아는 서명을 받아 나렌드라 모디 신임 총리를 압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새 지도자는 바라나시를 관광 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어요. 여성을 보호하라는 전 세계 수 백 만 명의 목소리를 모아 도시 전체에 도배를 하면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행동할 수밖에 없을 거에요.”

알라피아의 청원은 전 세계 네티즌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100만명을 목표로 했는데 삽시간에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퍼져나갔죠. 11일 오전 83만여명이었던 서명자수는 만 하루도 채 안 돼 10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청원 페이지에서는 실시간으로 서명에 동참한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모리셔스 오스트리아 등 전 세계 곳곳의 네티즌들이 몇 초 간격으로 서명에 동참하고 있네요. 알리피아의 용기 있는 행동에 큰 힘을 실어준 SNS 위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