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企적합업종 지정 취지 살리는 개선이라야

입력 2014-06-12 02:30
동반성장위원회가 11일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운영개선 방안에 대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의 입장이 지나치게 많이 반영된 데 대한 불만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대기업의 거짓 주장으로 왜곡된 내용이 끝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현실에 억울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성토했다. 소상공인협회는 전국 300만 영세상인과 900만 자영업자들이 서명운동과 정부 규탄 집회를 갖겠다고 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특히 반발하는 것은 재지정 기간을 1∼3년 차등 적용한다는 대목이다. 지금은 일단 지정이 되면 3년간 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업종별로 차등한다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흔드는 것이란 주장이다. 더욱이 3년 재지정된 경우에도 재심의를 통해 지정을 조기에 해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경영의 영속성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친다고 항변하고 있다. 접수·신청 단계부터 신청 사유가 명확한지를 평가받도록 하는 등 절차를 대폭 강화한 것은 사실상 업종 지정을 힘들게 만들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는 2011년 9월 도입된 후 현재 100개 업종이 지정돼 있다. 올 9월 처음으로 순대, 떡, 고추장 등 16개 품목의 재지정 여부가 결정되는 등 모두 82개 품목이 연내 재지정 여부가 확정된다. 동반성장위의 이날 발표도 오는 9월 재지정 여부를 겨냥한 것이다. 이 제도는 시행 당시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시장경제원칙에 어긋난다는 원론적 지적부터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 외국계 기업의 시장 잠식 우려, 국제시장 경쟁력 약화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그러나 당시 대기업의 골목상권 지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는 등 경제민주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합의를 통해 시행됐다.

시행 3년을 맞아 구체적 성과도 드러나고 있다. 골목상권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던 동네빵집의 경우 대한제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제과점업이 적합업종에 지정된 뒤 전국에 1년 동안 507곳이 새로 생기고 전체적으로 매출도 30∼35% 늘었다. 골목상권까지 대기업이 진출해 독점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혔고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점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상생과 공존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더불어 살겠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런 가운데 동반성장위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주장보다는 대기업 입김이 많이 반영된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은 유감이다. 동반성장위는 개선안이라고 하지만 이 제도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개악안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포기함으로써 빌미를 줬다는 지적도 있다. 동반성장위는 추후 내용을 보완해 이 제도가 도입된 배경과 의미를 살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