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골 세리머니’는 득점에 성공한 선수에게 부여된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특히 시청자가 가장 많은 스포츠 행사인 월드컵에서의 인상적인 세리머니는 골만큼이나 축구팬들의 뇌리에도 오래도록 남는다.
축구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도 기억하는 유명한 세리머니 중 하나는 1994 미국월드컵에서 나왔다. 호마리우와 함께 브라질 대표팀 투톱을 이뤘던 베베토는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요람 세리머니’를 선보인다. 월드컵 기간 중 자신의 아들이 태어난 기쁨을 골 세리머니로 표현했다. 당시 브라질은 8강에서 네덜란드를 3대 2로 꺾은 후 결승에 올라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다.
요람 세리머니 당시 출생한 아들 올리베이라 마테우스는 브라질 명문 플라멩구 소속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축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유벤투스 이적설이 돌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 선수로 성장했다.
미국월드컵은 ‘축구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가 현역으로 뛴 마지막 대회였다. 마라도나는 조별리그 첫 경기 그리스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성공시킨 후 TV 중계 카메라 앞으로 달려와 포효했다.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의 득점과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의 해트트릭으로 4대 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마라도나의 약물 복용사건이 터지면서 16강전에서 복병 루마니아에 2대 3으로 패했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는 덴마크의 브라이언 라우드럽이 8강전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2대 2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경기장에 드러눕는 ‘침대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은 골 세리머니가 다양해지기 시작한 대회로 손꼽힌다. ‘검은 돌풍’을 일으킨 카메룬 선수들이 아프리카 전통춤을 추며 기쁨을 표출하면서 이전까지 천편일률적인 골 세리머니에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카메룬의 노장 로저 밀러가 콜롬비아와의 16강 연장전에서 골을 성공시킨 뒤 코너킥 깃대 앞까지 와서 춤을 추는 장면이 축구팬들의 기억에 오랜 기간 남았다.
검은 돌풍의 댄스 세리머니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세네갈의 파프 부바 디오프는 전 대회 우승팀인 프랑스를 상대로 결승골을 성공시킨 후 유니폼을 벗어놓고 동료 선수들과 주위를 돌며 춤을 췄다. 댄스 세리머니 외에도 미국월드컵에서 나이지리아의 피니디 조지는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개 흉내를 내며 기어가다가 한쪽 다리를 들고 소변을 보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은 한일월드컵에서 기억에 남는 세리머니를 자주 연출했다. 조별리그 미국과의 경기에서 안정환은 동점골을 성공시킨 후 ‘오노 세리머니’를 펼쳐 앞서 같은 해 열린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서의 석연치 않은 판정을 꼬집었다. 8강전인 스페인과의 경기에서는 현 대표팀 감독인 홍명보가 마지막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킨 후 환하게 웃으며 두 손을 펼쳤다. 최고의 골 세러머니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브라질월드컵 D-1] ‘골을 빛나게 하는 세리머니’ 브라질선 어떤 모습?
입력 2014-06-12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