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청망청’ 마사회… 직원 연봉 장관보다 많고, 복리비도 年1000만원 넘어

입력 2014-06-12 02:39
‘초·중등 자녀 학원비 전액, 스키캠프 비용 별도 부담, 매달 문화상품권, 직원 가족까지 건강검진비….’

경마사업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한국마사회가 직원들에게 지급한 복리후생비 내역이다. 마사회는 이렇게 매년 직원 1인당 평균 1076만원의 복리후생비를 지급했다. 기본급·성과급·수당을 합친 평균 정규연봉 8350만원에는 포함되지 않는 돈이다. 두 가지를 다 합칠 경우 마사회 직원의 평균 연봉은 무려 9500만원을 넘는다. 일개 공기업 직원의 실질적인 평균 연봉이 장관(연봉 7908만원)은 물론 감사원장과 경제부총리(8498만여원)보다 훨씬 많은 셈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1∼12월 마사회와 강원랜드 등 수익성 사업을 하는 5개 공공기관에 대한 수익금 집행 실태 감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11일 밝혔다.

감사 결과 마사회는 2010∼2012년 장기 근속자들에게 평균 200만원 상당의 순금 기념품을 지급했다. ‘10년 근속자=7돈(140만원 상당), 20년 근속자=11돈(220만원), 30년 근속자=15돈(300만원 상당)’ 식이었다. 1인 평균 400만원의 건강검진비 등을 줬고, 별도의 가족 건강검진비로 6억6000여만원을 썼다.

직원들에게 ‘자녀 학원비’ 명목으로 매달 돈을 주고, 겨울방학에는 ‘자녀 스키캠프 참가비’를 따로 챙겨줬다. 의무교육으로 학비 지원이 필요 없는 초등·중학생에게도 1인당 220만원을 매년 지원했다. 과외비용까지 부담한 셈이다. 무자녀 직원에게는 매달 문화상품권 15만원어치를 줘 2년 동안 15억원을 썼다.

대학 학자금 지원사업을 총괄한 한 간부는 대학생 아들이 2012년 2학기에 휴학을 하자 1학기 성적표를 근거 서류로 제시해 2학기 학자금 300만원을 받아 챙겼다. 2013년 1학기에도 역시 같은 수법으로 돈을 타냈다. 이런 식으로 마사회 직원 20명에게 새어나간 돈이 5600만원이나 됐다.

마사회는 기부금도 엉뚱하게 사용했다. 자선기관이나 시민단체가 아니라 엉뚱한 곳에 6억3000만원을 줬다. 지급대상 51개 기관은 공익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심지어 이들의 차량구입비까지 마사회가 부담했다.

강원랜드는 지역연계 관광사업에 수백억원을 투자했지만 지난해 8월 말 현재 285억원의 적자만 기록했다. 사내 복지기금을 임금인상 수단으로 편법 활용하다 적발되자 직원 복지비를 정규예산에서 배부하는 ‘꼼수’를 부렸다.

감사원은 이들 공기업이 직원들에게 편법 지급한 예산을 환수하고, 비리가 적발된 공무원들을 징계하라고 통보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