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뼈에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가능한 구호 조치를 이행했다. 구명장비를 보유하고 초기부터 사고를 관리한 해경에 의해 승객 구호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선장 이준석) “구조되고 나서도 해경 구조정에 남아 승객 구조를 도왔다.”(1등항해사 강원식) “부상을 입은 조리사들을 버리고 탈출한 것이 아니라 다른 선원들이 데리고 올 줄 알았다.”(기관장 박기호)
세월호 침몰 당시 400명이 넘는 승객을 버리고 자신들만 먼저 탈출한 선박직 승무원 15명의 법정 변명이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56일째인 10일 전남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변호인을 통해 “잘못 이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반성은커녕 오히려 뻔뻔함으로 일관한 것이다.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그들이 어떤 행동과 말을 했는지 우리는 당시 각종 동영상과 녹음 기록을 통해 똑똑히 지켜보고 들었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방송만 하고 탈출 지시는 내리지 않았던 선원들, 세월호가 침몰하기 사작하자 팬티 바람으로 허겁지겁 구조선에 올랐던 선장, 부상을 입고 복도에 쓰러져 있던 조리사 2명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던 기관사들. 지난 4월 16일 세월호에서 일어난 한심한 작태들이다. 침몰 초기 적절한 구호 조치가 있었다면 304명의 사망·실종자라는 엄청난 재앙은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선장 등 4명에게 적용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인정 여부다. 물론 선장과 선원들에게도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살인죄만은 일단 면해야겠다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사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한 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참사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은 또 있다. 군까지 동원한 당국의 총력전에도 도피 행각을 벌이고 있는 유병언 부자도 반드시 검거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사설] 분노케 하는 세월호 선원들의 적반하장 작태
입력 2014-06-12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