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외부불경제

입력 2014-06-12 02:24
사람들은 보통 어떤 대가를 받고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는데도 재화나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제행위가 거래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외부효과’라고 한다. 그 중 거래 비참여자에게 유리한 영향을 주는 경우를 ‘외부경제’ 또는 ‘긍정적 외부효과’라고 부르고,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외부불경제’ 또는 ‘부정적 외부효과’라고 부른다.

외부불경제는 환경부문에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내뿜는 대기오염물질, 축산농가가 배출하는 폐수 등이 그렇다. 기업이 발생시키는 오염물질을 정화하지 않고 버리면 기업에는 이익이지만, 오염의 피해, 즉 외부불경제는 사회가 고스란히 부담한다. 외부불경제를 많이 발생시키는 제품은 대개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로 이어져 외부불경제의 확대재생산과 자원낭비를 낳는다.

이런 시장실패를 시정하기 위해 정부는 외부효과에 가격을 매겨 원인자에게 부담시키는 ‘외부효과의 내부화’를 추진한다. 즉 외부불경제 제공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거나, 외부경제 기여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또한 대기오염물질 등의 배출권 거래시장을 만들어 외부불경제를 효율적으로 줄이는 방법도 많이 동원된다.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키로 하고 관련법까지 통과시킨 ‘저탄소차협력금제’가 산업계의 반발 탓에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이산화탄소를 기준치보다 더 많이 배출하는 차에 부과금을 물리고, 덜 내뿜는 차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이는 성격상 기업에 대한 세금이나 부과금이 아니라 소비자들 간의 배출권거래제에 가깝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이를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국내시장에서 중·대형차 판매비중이 높은 현대·기아차 등이 판매량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열린 공청회에서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및 환경부 산하 연구기관 간에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그렇지만 이 제도는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한 해법으로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도 시행키로 합의가 이뤄졌던 사안이다. 특정 제작사가 뒤늦게 반발한다고 해서 이미 법제화된 정책을 무산시킨다는 것은 국회와 정부의 존재이유를 의심케 하는 것이다.

자동차가 일으키는 외부불경제, 즉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호흡기 질병 등 사회적 비용은 다 추정할 수도 없다. 자동차 제작사들도 이제는 막대한 외부불경제의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