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소통·통합의 정치 제대로 정착시키길

입력 2014-06-12 02:20
6·4지방선거 후 여야 간에 소통과 통합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야당 의원의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 원내대표 회동 정례화, 광역자치단체 연정 추진 등은 극한 대치에 익숙한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선거 전만 해도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분위기여서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한 야당의 비판 등 갈등 요소가 산재해 있지만 정치권에 변화 조짐이 있는 건 분명하다. 세월호 참사 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여야 모두에 회초리를 든 결과로 볼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박근혜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에 고 전태일 열사 여동생인 전순옥 의원을 동행시키도록 결정한 것은 의외다. 새정치연합은 지금까지 대통령 해외 순방에 의원을 동행시켜 달라는 청와대 요청을 매번 묵살해 왔다. 특히 전 의원의 동행은 박 대통령 부녀와 전 의원 남매 간 정치적 화해를 의미한다. 두 사람이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다는 것은 2012년 8월 유족들의 반대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의 전태일재단 방문이 무산된 사실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완구 새누리당,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매주 월요일 회동키로 한 것도 생산적인 국회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반영한 것이어서 신선하게 비친다. 지난 9일 첫 만남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정례적 대화 통로를 마련했다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정국이 꽉 막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제주 경기 부산 대전 등지에서 시·도지사 당선자들이 상대당과 인사 및 정책의 공유를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새정치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박근혜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시정 반영 의사를 밝혔다. 특정 정당이 인사와 정책을 독식하는 관행이 깨지면 상생의 정치가 가능해진다. 이런 실험이 성공할 경우 중앙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모처럼 형성된 소통과 통합의 분위기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여야 최고 지도자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원내대표와 시·도지사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공약한 대로 ‘100%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향후 주요 인사와 정책에서 국민통합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문 총리 후보자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흘려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새정치연합도 수권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쌓기 위해서는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당 대표부터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한다. 특히 6월과 7월 국회에서 진행될 세월호 국정조사와 총리·장관 인사청문회가 정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