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사님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준 건 사랑과 희생이었지요. 제진수 집사님의 삶도 그런 것 같아요.”
동양화가 천예숙(사진) 강남중앙침례교회 권사는 지난 2월 이집트에서 자살폭탄 테러범을 막다 숨진 제진수 집사를 추모하는 전시회를 연다고 11일 밝혔다. 전시회는 다음 달 7일까지 서울 서초구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기념홀에서 ‘JESUS(예수)’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천 권사는 파피루스(Papyrus)에 장미화 십자가를 형상화해 그리스도의 복음이 담긴 그림 30점을 완성했다. 파피루스는 이집트에서 생산되는 식물을 재료로 만들어진 종이다. 촉감은 마른 나뭇잎과 비슷하다. 그리스어 ‘Biblos’ 또는 ‘Byblos’로 바이블(Bible·성경)의 어원이다.
“예수님 살던 시기부터 있던 파피루스에 복음을 담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제 꿈 중 하나였어요.” 천 권사는 우연한 기회에 지난해 초 이집트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박경진 진흥문화 회장을 통해 제 집사를 소개받고 파피루스를 얻을 수 있었다. 지난해 이맘때 파피루스 한 다발을 받았다.
“제 집사님을 통해 파피루스를 계속 얻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에 굉장히 기뻤어요. 파피루스는 이집트에서만 생산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파피루스 한 장의 가로 세로 길이는 각각 61×40㎝였다. 2개를 이어 그림을 그려나갔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2월 중순 제 집사님이 이집트 무장 테러범에게 희생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습니다. 장례식에서 부인 송귀연 권사님을 만나 눈물 흘리며 아픔을 나눴지요. ‘남편의 희생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한 말씀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제 집사는 지난 4월 타인의 생명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의사자로 지정됐다.
천 권사는 “제 집사의 부인 송 권사는 현재 이집트에서 사업을 정리하는 중”이라며 “돌아오셔서 이 그림들을 보고 위로받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중순엔 서울 태평양교회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천 권사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여러 교회를 돌며 전시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삶 속에서 희생하고 사랑하면 세상이 사랑으로 넘쳐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도 일어나지 않겠지요. 희생과 사랑은 주님을 닮은 고귀한 단어입니다. 크리스천들이 전시를 통해 제 집사의 희생을 묵상할 수 있길 기도합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제진수 집사 추모전 여는 동양화가 천예숙 권사
입력 2014-06-12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