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가슴이 크면 유방암이 잘 생기나요?” “저는 가슴도 작은데 왜 유방암이 생긴 거죠?” 진료를 보는 과정에서 환자들에게 종종 듣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먼저 하자면 일단 ‘아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그럴 수도 있다.
다소 모호한 답변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방암의 원인에 대해서 알아보아야 한다. 유방암은 모든 암 중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된 암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두 가지에 의해 발생한다는 모호한 지식이 일반화돼 있을 뿐 아직 확실하게 유방암의 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유방암의 발생 원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에 의해 작용된다고 생각하는 의료진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발암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유방 세포는 에스트로겐의 자극에 의해 증식하기 때문에 유방암 발생 위험은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수록, 즉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을수록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간의 피임약 복용이나 폐경 이후 장기간의 호르몬 대체요법도 원인이다. 그 외 고지방, 고칼로리의 서구화된 식이, 젊은 나이의 과도한 음주, 비만, 출산을 하지 않거나 늦은 첫 임신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유방암은 유전적 요인이 잘 밝혀진 암의 하나로 꼽히는데, BRCA1, BRCA2 유전자의 변이는 유방암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유전자 검사로 예방적 유방절제를 받은 유명인은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인 안젤리나 졸리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예방적으로 양측 유선을 모두 절제한 후 보형물을 삽입해서 유방모양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안젤리나 졸리의 어머니 역시 과거 유방암으로 투병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방암의 유전성에 대한 개연성이 알려지게 되었다. 따라서 가족들 중 유방암 환자가 2명 이상인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할 것을 권유한다.
모든 유방암 환자가 이러한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방암 환자의 30% 정도는 이러한 알려진 위험인자가 없는 경우인데, 그것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유방암에 걸릴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험인자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기적으로 유방전문센터 검진을 통해 이상 유무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 이 정도면 질문에 대한 답은 나온 것 같다. 가슴이 큰 것이 유방암에 걸릴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는 없지만, 비만한 사람이 당연히 가슴이 클 것이고, 날씬하더라도 가슴이 큰 사람들은 유방암이 발생하는 유선조직이 많기 때문에 암이 생길 확률이 높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손두민 원장·선두외과의원
[건강 나침반] 가슴이 크면 유방암에 잘 걸린다?
입력 2014-06-17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