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정기검진·운동·금연… 하나하나 맞춰가면 2차癌 막는다

입력 2014-06-17 02:37

고령화와 더불어 서구형 생활양식이 확대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약 20만명이 암 진단을 받는다. 현재 치료 중인 암환자도 100만명이 넘는다. 다행히 조기 발견과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전체 암의 5년 생존율도 높아져 현재는 약 64%에 이른다.

하지만 암을 치료한 뒤에도 암 경험자는 치료 후 부작용과 만성질환, 2차암(치료했던 암과 무관하게 새롭게 생기는 암)의 위험을 안고 산다.

암 경험자는 치료 후 피로와 통증, 불면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피로감은 암 환자의 70∼100%가 경험하는 증상 중 하나다. 따라서 병원을 처음 방문할 때부터 치료가 끝날 때까지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피로감을 진단할 때는 암 경험자의 느낌을 우선하는데 암 치료와 관련해 일주일간 느낀 피로를 0∼10점 사이로 평가한다. 4∼10점 사이라면 피로의 원인을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약물이나 다른 방법을 통한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3점 이하라면 암 관련 피로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와 대응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관리를 받으면 된다.

암 경험자는 통증 유병률도 높다. 원인은 암 또는 암 치료(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호르몬 치료)의 영향일 수 있다. 암 경험자가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병력 청취, 과거 의무기록, 신체검진 등을 통해 통증의 원인을 추정해야 한다. 암 치료 이후 발생하는 통증은 신경병증성 통증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에 따른 항우울제와 항경련제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 암 경험자의 만성통증 조절을 위해서는 이완요법과 같은 인지행동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불면증도 생길 수 있다. 암 경험자의 30∼50%가 수면장애를 호소한다. 음주, 비만, 약물, 항암치료나 불안과 우울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가벼운 경우에는 약물치료 없이 간단한 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된다. 수칙으로 ‘아침이나 낮에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잠들기 3시간 전 과식이나 음주를 하지 않는다’, ‘시계를 따로 보지 않는다’, ‘침대는 잠잘 때만 눕는다’ 등이다. 불면증이 4주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해 일생생활에 문제가 된다면 수면 교육뿐 아니라 인지치료, 이완훈련, 수면제한 등 비약물치료 및 약물치료를 필요로 한다.

암에 대한 공포와 치료과정의 고통 등으로 불안과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는데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와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으로도 극복할 수 있다. 고혈압과 당뇨, 골다공증,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과 심장뇌혈관질환의 유병률도 높다. 2차암의 위험도 크다.

최재경 건국대병원 암 치료 후 건강관리 클리닉 교수는 “암 치료 후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동반 질환이 무엇인지 등 개인적인 조건에 따라 후기 합병증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면서 “무엇보다 추적관찰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고 2차암의 예방을 위해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와 함께 건강한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특히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흡연은 모든 암 발생의 20∼30%를 차지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담배와 술은 그 자체로 암 발생의 원인이 된다. 특히 암 경험자의 경우 흡연은 암 치료의 효과를 감소시키고 치료에 대한 부작용과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 지속적인 흡연은 원발암의 재발뿐 아니라 2차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사망률도 높인다.

최재경 교수는 “금연은 암 경험자에게 있어 중요한 생활습관”이라며 “금연에 대한 동기 수준을 파악해 개별적인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은 ‘암 치료 후 건강관리 클리닉’을 통해 금연에 대한 동기 부여, 금단증상이나 유혹에 대처하는 법 등을 교육하고 니코틴 대체요법과 금연 약물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알코올은 대표적인 발암물질로 구강암, 인두암, 식도암, 후두암, 유방암, 대장암, 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는 줄일수록 암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관찰됐다.

적정체중을 유지하고 매주 150분씩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비만 역시 암의 재발과 2차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꾸준한 운동은 심장뇌혈관 질환과 당뇨 같은 대사성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연구 결과 비만은 대장암, 직장암, 자궁내막암, 식도 선암, 신장암, 췌장암, 폐경 후 유방암 등 여러 암의 일차적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 경험자의 경우 비만할수록 2차암이 다른 쪽 유방에 생길 위험이 1.37배 높고 전체 유방에 생길 확률도 1.40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궁내막암은 1.96배, 대장암은 1.89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 교수는 “비만이 암 경험자의 예후에 미치는 영향은 암 종류별로 다르고 같은 암에 대해서도 연구 결과가 다양해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만 삶을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규칙적인 운동과 꾸준한 신체활동은 심뇌혈관 질환과 대사성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고 피로, 통증 같은 신체증상과 우울, 불안 같은 정신적인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운동은 유연성운동, 근력운동, 유산소운동 등으로 나눠 골고루 하는 것이 좋다. 운동도 무조건 많이 하기보다 개인의 상태를 고려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강도를 점차 늘려가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면역 이상이 없는 암 경험자는 인플루엔자, 폐렴구균, 디프테리아-파상풍, B형 간염 등의 예방접종도 필요하다. 이때 가족도 함께 접종받는 것이 좋다.

암 경험자·가족 건강관리 수칙

1. 추적 관찰은 주기적으로 합병증은 정기적으로 점검하기

2. 다른 암에 대한 검진 챙겨받기

3. 심장뇌혈관 질환 예방하고 만성질환 관리하기

4. 금연은 필수. 술도 가급적 마시지 않기

5. 적정체중 유지하기

6. 운동은 꾸준히, 매주 150분 유지하기

7. 마음 건강을 챙기고 힘들 때 도움 청하기

8. 가족과 함께 검진 받고 건강 챙기기

9. 예방 접종하기

이영수 쿠키뉴스 기자 jun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