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통과·지역 안배 '다목적 포석'

입력 2014-06-11 03:55
박근혜 대통령이 장고(長考) 끝에 10일 선택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깜짝 인사' 카드였다.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 이후 꾸준히 거론됐던 정치인·법조인·행정관료 출신도 아니었다. 이른바 '제3의 직군'에서 발탁한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이나 후보자가 낙마한 마당에 또 새 총리 지명자가 '검증의 덫'에 걸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도 작용했다.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인선 초기부터 거론됐던 인사는 아니었다. 헌정 초유의 언론인 출신 총리 지명에서도 보듯 문 후보자를 선택하기까지 박 대통령이 고심한 흔적은 역력하다.

총리 후보자 찾기의 가장 큰 난관은 인사검증이었다. 박 대통령은 회심의 카드로 꺼내들었던 안 전 후보자의 전격 사퇴 이후 인사검증을 통과할 인사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검토했다. 더 이상의 검증 실패는 청와대에 돌이킬 수 없는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 정서에 반하지 않으면서 책임총리로서의 자격을 갖춘 인사는 거의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후보군을 대폭 넓히는 과정에서 문 후보자가 눈에 띄었다고 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직 후보자 검증이 본인의 철학과 소신, 능력보다는 개인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가족의 반대 등 여러 어려움이 많았다"며 "인선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많은 인사들은 한층 까다로워진 인사검증에 번번이 걸렸다. 재산 총액, 재산 형성 과정, 본인 이력 등에서 크고 작은 흠결이 발견됐다. 총리 지명을 고사한 몇몇 인사들은 가족의 반대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사생활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걸 우려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일단 신선한 시각으로 국정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이번 총리 지명을 통해 여실히 보여줬다. 언론인 출신 특유의 비판적 시각과 분석 능력을 십분 발휘하도록 해 공직 개혁에 매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틈날 때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혁신을 주문해온 소신대로 문 후보자를 통해 자신의 구상을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경험이 전무한 문 후보자가 거대한 내각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국정과제에 대한 깊은 식견과 이해가 전제되지 않는 한 국민을 설득하고 포용할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문 후보자 선택은 편중인사 비판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절묘한 수라는 분석도 있다. 문 후보자는 충북 청주 출신이다. 6·4지방선거에서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4곳)을 모두 야당에 내준 집권여당으로선 표심 되돌리기에 적격 인사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방선거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 그동안의 'PK(부산·경남)' 편중인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