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친박 핵심 노태우·YS정권 때도 두루 요직

입력 2014-06-11 03:45
신임 국가정보원장에 이병기(67) 주일 대사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는 "우리 부에서 스케일이 제일 큰 분이 떠나게 됐다"고 많이 아쉬워했고, 내곡동 국정원에서는 "우릴 아는 분이 와서 천만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국정원 고위인사는 "황장엽 망명 사건을 처리해 원(院)에서는 유명한 분"이라고 했다.

충남 홍성 출신의 이 후보자는 직업 외교관 출신이면서 정치권에 오래 몸담았던 인사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해 외시 8회로 외무부에 들어갔다. 1970년대 말 주제네바 대사관에서 노신영 당시 대사 밑에서 3등 서기관으로 근무했다. 그를 눈여겨본 노 대사가 8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정무장관을 할 때 비서관으로 파견했고 이후부터 죽 '노태우맨'으로 지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내무부 장관,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 민주정의당(민정당) 총재, 대통령이 됐을 때 각각 장관비서관, 비서실장, 총재 보좌역, 대통령 의전수석으로 줄곧 중용됐다.

이 후보자는 김영삼(YS) 정권 때도 잘나갔다. 96년 12월부터 98년 3월까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해외담당 2차장을 지냈다. 정권이 바뀌고도 요직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YS의 차남인 김현철 한양대 특임교수와 경복고 선후배 사이였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안기부 2차장 시절에는 남북한 공작 역사에서 최대 사건인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망명'을 진두지휘했다. 국정원 인사는 "이 후보자가 당시 망명 전 과정을 치밀하게 기획한 덕분에 불상사 없이 황 전 비서를 입국시킬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10년 10월 황 전 비서가 세상을 뜨자 공작팀원들을 데리고 단체로 문상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선 한나라당에서 이회창 총재 안보특보를 지냈고 이후 여의도연구소에 남아 박근혜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게 됐다. 특히 박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원로그룹 중 한 명이고, 현 정부 출범 이후 첫 주일 대사에 임명돼 근무해 왔다. 친박 핵심으로 분류된다.

이 후보자는 도쿄 주일 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임무에 대해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을 보호하고, 국체(국가의 정체성)를 보전해야 한다"면서 "국정원은 첩보가 아닌 정보(인텔리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아침에 (통보를) 받았다"면서 "축하받을 일이 아닌 것 같다. 어려운 곳에 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