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하산·경영부재의 KB 이젠 새 길 찾을 때

입력 2014-06-11 02:30
금융감독원이 9일 빈발한 금융사고와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내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각각 중징계를 사전통보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임 회장은 올해 초 국민카드에서 유출된 5300만건의 고객정보 중 1100만건의 국민은행 고객정보가 유출된 데 대해 책임이 있다. 이 행장은 2011∼2013년 도쿄지점에서 수천억원대 부당대출 사건에 대한 관리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들은 최근 불거진 국민은행의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도 집안싸움을 벌이다 외부 세력까지 끌어들여 경영자로서의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26일 열리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의 관례로 볼 때 중징계를 받으면 자진사퇴하는 게 순리다. 상처를 입을 대로 입고 내부 치부를 드러낸 마당에 자리보전은 어불성설이다.

자산 390조원에 달하는 국내 1위 금융그룹이 낙하산 인사로 중병이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KB금융은 정부 지분이 한 주도 없는 민간 회사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진이 교체되는 구태가 되풀이됐다. 이사회와 회장추천위원회는 있으나마나였다. 그러다보니 조직원들이 단명의 경영진에 줄 대기 바쁘고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것 아닌가. 국민은행 본점 직원의 국민주택채권 100억원 횡령사건이나 도쿄지점 직원의 부당대출 사건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명박정부와 현정부 들어 입성한 낙하산 인사들이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탓이 크다.

관피아(관료 마피아) 출신 회장과 연피아(연구원 마피아) 출신 은행장이 부딪히면서 막장까지 보여줬으니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낙하산을 내려보낼 꿈도 꾸지 말기를 바란다. 차제에 유명무실한 임원추천위원회를 활성화하고 일정 기간 이상의 금융분야 경력자만 응모하게 하는 등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법적 규제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KB금융이 경영공백과 낙하산 인사 부담을 털어내고 재도약하느냐, 추락하느냐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