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130년 역사상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은 없었다. 한국교회는 일제의 모진 박해와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예수 보혈'의 정체성을 지켜냈다. 그러나 2014년 한국교회는 세속주의와 물량주의, 교권주의에 빠져 분열을 거듭하며 정체성을 잃고 사회에서조차 외면당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한국교회가 십자가 영성을 회복해 연합과 일치, 갱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연중특별기획 '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 시리즈를 연재한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라"(요 17:21)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분열을 거듭하면서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정부나 일반 언론은 개신교를 노골적으로 홀대하고 안티 기독교 세력들은 이를 빌미로 정통 교회를 공격하느라 혈안이 돼 있다. 한국교회의 자정능력을 기대해온 현장 목회자와 성도들의 위기의식은 극에 달하고 있다.
◇끝없는 분열, 교회 위상추락 어디까지=지난 5월 초 청와대에서 열린 '종교계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는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박남수 천도교 교령 등 종교지도자 10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과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가 참여했다. 관례상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참석하는 자리이지만 한국교회의 분열 때문에 '관례'를 따를 수 없었다고 한다.
한국교회의 위상추락은 지난 4월 부활절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주요 언론들은 부활절에 발맞춰 일제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부활절 미사와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의 메시지를 소개했다. 반면 개신교는 몇몇 언론만 NCCK와 한국교회연합의 메시지를 간단하게 소개하는 데 그쳤다.
김은호 서울 오륜교회 목사는 "올해 부활절 메시지에서 개신교의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부활절 공영방송에서 천주교 대교구장과 조계종 총무원장, 평신도 지도자의 축하메시지만 받는 상황까지 왔다"면서 "단적인 예이지만 개신교가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위상이 추락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의 혼란과 분열상은 사이비 이단, 목회자납세 문제 등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하나님의교회가 한국찬송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안상홍님 지으신 모든 세계'로 바꾸는 등 76곡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재)한국찬송가공회는 손을 놓고 있다.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 정신을 훼손하며 2008년 설립된 (재)한국찬송가공회가 자기 조직을 지키기 위한 법적 싸움에 매달리느라 사이비 이단의 저작권 침해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목회자납세 문제도 NCCK와 예장 통합 등이 긍정적 입장을 밝힌 가운데 예장 합동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은 결사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혼선에 혼선을 거듭했다.
오정호 미래목회포럼 이사장은 "지금 기독교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한국교회는 영적 리더십 공백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사분오열된 한국교회에는 한기총 같은 정치집단의 대표자가 아닌 천주교의 추기경처럼 상징적인 인물이 나와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이 반드시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악 끼치는 연합기관 과감히 해체해야=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분열상은 '개교회주의'라는 종교개혁 전통의 정신을 잘못 해석해 공교회성마저 상실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높다. 이 때문에 개교회주의, 개교단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연합기관이 교권주의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고, 이는 끝없는 분열과 파행을 낳았다.
정재영 실천신대 교수는 "가톨릭의 중앙집권제와 비교되는 개신교의 개교회주의는 종교개혁 전통에 따르는 것으로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면서 "그러나 유독 한국교회는 개교회주의를 잘못 해석해 이기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가 연합과 일치를 내팽개치고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다양성 속 일치, 공교회에 대한 관심부족이 사회 신뢰도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인웅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명예회장은 "종교개혁 이후 우리 개혁교회가 너무 많이 분열해 복음의 존귀한 가치마저 상실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교개혁 당시는 분열의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지극히 개인적 관심과 욕망 때문에 주님의 교회를 찢어놓는 죄를 범하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교회를 등지는 등 한계상황에 도달한 만큼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해악만 끼치는 단체는 과감하게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고세욱 송세영 유영대 박재찬 신상목 백상현 기자
[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1부 (1)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분열] ① 부끄러운 분열의 현주소
입력 2014-06-11 0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