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장고(長考) 끝에 10일 선택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깜짝 인사’ 카드였다.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 이후 꾸준히 거론됐던 정치인·법조인·행정관료 출신도 아니었다. 이른바 ‘제3의 직군’에서 발탁한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이나 후보자가 낙마한 마당에 또 새 총리 지명자가 ‘검증의 덫’에 걸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도 작용했다.
◇인사검증 통과 최우선 고려=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인선 초기부터 거론됐던 인사는 아니었다. 헌정 초유의 언론인 출신 총리 지명에서도 보듯 문 후보자를 선택하기까지 박 대통령이 고심한 흔적은 역력하다.
총리 후보자 찾기의 가장 큰 난관은 인사검증이었다. 박 대통령이 회심의 카드로 꺼내들었던 안 전 후보자의 전격 사퇴 이후 인사검증을 통과할 인사를 우선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의 검증 실패는 청와대에 돌이킬 수 없는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 정서에 반하지 않으면서 책임총리로서의 자격을 갖춘 인사는 거의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후보군을 대폭 넓히는 과정에서 문 후보자가 눈에 띄었다고 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직 후보자 검증이 본인의 철학과 소신, 능력보다는 개인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가족의 반대 등 여러 어려움이 많아 인선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또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도 했다.
그동안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많은 인사들은 한층 까다로워진 인사검증에 번번이 걸렸다. 재산 총액, 재산 형성 과정, 본인 이력 등에서 크고 작은 흠결이 발견됐다. 총리 지명을 고사한 몇몇 인사들은 가족의 반대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사생활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걸 우려한 것이다.
◇신선한 시각에 지역 안배도 고려=박 대통령은 일단 신선한 시각으로 국정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이번 총리 지명을 통해 여실히 보여줬다. 언론인 출신 특유의 비판적 시각과 분석 능력을 십분 발휘하도록 해 공직 개혁에 매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틈날 때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혁신을 주문해온 소신대로 문 후보자를 통해 자신의 구상을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문 후보자 선택은 편중인사 비판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절묘한 수라는 분석도 있다. 문 후보자는 충북 청주 출신이다. 6·4지방선거에서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4곳)을 모두 야당에 내준 집권여당으로선 표심 되돌리기에 적격 인사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6·4지방선거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 ‘PK(부산·경남)’ 편중인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행정 경험은 전무, 국가 개혁 시험대=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가 2기 내각의 수장으로 공식 임명되면 권한과 책임을 한층 강화해 명실상부한 ‘책임총리제’를 실현할 방침이다. 문 후보자로선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굵직한 국정과제는 물론 ‘국가 대개조’를 위한 개혁 추진이란 과제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문 후보자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대통령이 천명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대대적인 국가 개혁을 밀어붙일 추진력과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남는다. 박 대통령의 선택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새 총리 문창극 지명] 검증 통과·신선한 시각·지역 안배 ‘다목적 포석’
입력 2014-06-11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