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금융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은행과 카드사에 무더기 징계가 예고됐다. 금융감독원이 9일 제재 대상으로 사전 통보한 금융사 임직원은 200여명에 이른다.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 이건호 국민은행장를 비롯해 리처드 힐 전 한국SC은행장, 신충식 전 농협은행장 등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만 10여명이다. 징계 결과에 따라 금융권에 대대적 물갈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10일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 앞서 규정상 9일까지 징계 대상자에게 사전 통보를 해야 하는데 대상자가 너무 많아 한밤중까지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금융사고에 대한 제재를 모두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고객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대규모 징계가 이뤄진다. 1억여건의 고객정보를 유출한 국민·농협·롯데카드사의 전·현직 CEO들에 대해서는 금융 당국이 이미 해임권고나 업무 정지 등 최고 수준의 중징계를 누차 예고했다. 한국SC은행은 최근 1만1000명의 고객정보가 추가로 빠져나간 사실이 확인돼 총 유출 건수가 10만건을 넘었다. 당시 CEO인 리처드 힐 전 행장에게도 중징계가 통보됐다. 신한은행은 직원들의 불법 계좌 조회 사건으로, 우리은행은 ‘파이시티 사업’의 신탁상품 불완전 판매로 징계를 통보받았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 대출·비자금 조성 의혹, 국민주택채권 횡령, 국민카드의 정보유출 사건 관련 고객 정보 관리 문제, 전산시스템 변경 문제 등으로 1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단일 기관으로 사상 최대 징계자가 나올 전망이다. 특히 임 회장과 이 행장 외에 정병기 감사, 김재열 KB금융 CIO(전산담당 전무),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 등 현직 경영진이 무더기로 중징계를 통보받아 리더십 위기에 처했다.
제재심의위원회까지 해당 기관과 당사자의 소명절차를 통해 징계수위가 낮춰질 가능성은 있다. KB금융 측도 사전 통보된 중징계에 대해서는 입장 자체를 내놓지 않고 있다. 26일 제재심의위원회의 최종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징계를 내리더라도 해임권고·업무정지 등 최고 수준 징계가 아니라면 현행법상 사퇴를 강요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징계를 받고도 사퇴하지 않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처럼 버티면 별 수 없다”면서 “그러나 이번엔 사회적 분위기가 워낙 안 좋고 KB금융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높아서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은행·카드사 임직원 200여명 무더기 징계… 전·현직 CEO만 10여명
입력 2014-06-11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