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새 국가정보원장에 이병기 주일 대사를 내정한 배경에는 비(非)군 출신이라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안보라인에서는 군 출신이 유독 강세를 보였고 이에 대한 비판도 뒤따랐다. 때문에 신임 국정원장은 민간인 출신이 지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른바 ‘제복조’로 불리는 군 출신들은 정부 출범 직후부터 약진하며 요직에 포진했다.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대표적이다. 직전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도 마찬가지다. 이들 ‘3인방’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핵심 멤버였다.
군 인사들이 안보라인을 장악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한 색채로 기울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초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천명했지만 최근 들어 남북관계가 오히려 경직됐다는 지적이었다.
국내 정치 문제를 놓고도 군 출신 안보라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남 전 원장 재임 기간 국정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전격 공개하고,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했다. 공개 행보를 통해 정국을 주도하려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국정원이 ‘공안정국’을 조성하려 한다는 역공이 일었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2일 남 전 원장이 경질된 뒤 일찌감치 유력한 국정원장 후보자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그러나 3주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내정 사실이 발표됐다. 지난 1일 국가안보실장 및 국방부 장관 인선과 함께 공개될 것이라던 예측도 빗나갔다.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안보의 또 다른 한 축인 국정원장은 현재 검증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검증작업이 정밀하게 진행돼 내정 발표가 미뤄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6·4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른 안보라인과 다르게 국정원장 인선은 여론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리다. 지방선거 직전에 국정원장 후보자를 공개했을 경우 야당으로부터 ‘선거용 인사’라는 비난이 나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국정원장 지명 배경… 민간인 발탁으로 軍 출신 독주 속도조절
입력 2014-06-11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