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개혁은 지난해 말부터 경제민주화를 대체하는 국정과제로 급부상했다. 정부는 1년도 안되는 기간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개선을 목표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 ‘현오석표’ 공공기관 개혁의 트레이드마크는 ‘속도전’이었다. 과거 공공기관 개혁이 정권 초 반짝하다 후반기 들어 흐지부지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속도전의 폐해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감사원은 부채가 과다한 18개 공공기관을 감사하면서 부채감축계획이 1조2559억원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확정된 부채감축계획은 감사원 지적과 오류 수정, 중간평가 지침 개정을 이유로 3번이나 수정될 상황에 처했다(국민일보 6월 10일자 1·3면 보도). 이런 혼란은 부실한 부채감축계획을 수립한 각 공공기관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수치’로 나타나는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기획재정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10일 감사원 감사 결과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며 2017년까지 46조7000억원(18개 부채중점관리 공공기관)의 부채감축계획이 4월 안보다 5%가량 축소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개혁은 단순히 부채만 줄이고 공공기관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를 깎아서 성공할 수 있는 손쉬운 과제가 아니다. 노·사·정 협의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낙하산 인사’ 근절책이 수반돼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장 공공기관을 몰아붙여 올해 안에 부채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방식은 과거 실패한 개혁과 다를 바 없다. 기재부가 지금부터라도 속도전에 치중한 몰입의 반만큼이라도 개혁으로 파생될 수 있는 사회적 갈등 해결과 공공기관 인적쇄신에 힘을 쏟길 기대한다.
세종=이성규 기자(산업경제센터) zhibago@kmib.co.kr
[현장기자-이성규] 공공기관 개혁 속도전이 능사 아니다
입력 2014-06-11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