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도전’서 정몽주役 임호… “왕 전문 배우였는데 정몽주라고 불러주는 분 생겨”

입력 2014-06-11 02:00
KBS 제공

“단심가를 지은 정몽주는 대부분 알고 있지요. 그런데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까지 작가가 잘 그려줘 고정관념을 벗어난 정몽주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근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고 종영을 앞둔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정몽주를 열연한 배우 임호(45·사진).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길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촬영 현장에 가면 고려시대에 사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각자 자신의 역할에 몰입했고, 그런 점들이 좋은 작품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정도전’에서 노쇠한 왕조에 충직한 신하 정몽주를 훌륭히 소화했다. 이성계(유동근 분), 정도전(조재현 분)과 함께 세 사람이 빚어내는 완벽한 극중 호흡은 찬사를 이끌어 냈다. 세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사기 위해 보여주는 우정과 어쩔 수 없는 이념의 갈등은 여느 현대극을 뛰어넘는 공감을 샀다. 지난달 24일 정몽주가 선죽교 위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으면서 그는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처음 4회까지 대본을 보고 출연자들이 모두 ‘우리만 잘하면 되겠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었어요. 난세를 타개하려는 인물들의 고뇌와 열정이 정치적 혼란기를 사는 요즘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 준 측면도 있고요.”

그가 평가한 대로 드라마는 시청률 20%를 넘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수치를 떠나서도 ‘웰 메이드’ 정통 사극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종영을 3주 앞두고 있다.

임호는 ‘왕 전문 배우’로 불린다. 1995년 SBS 드라마 ‘장희빈’의 숙종, 2003년 MBC 드라마 ‘대장금’의 중종 등 각 시대의 왕 캐릭터를 맡았다. ‘대조영’ ‘허준’ ‘광개토태왕’ 등 사극에도 10여 편 출연하며 ‘사극’ 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됐다.

그는 “이제 ‘정몽주’라고 불러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실감이 이제야 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겸손을 잃지 않았다. “저는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인데 최고의 골키퍼, 미드필더와 함께 뛰었더니 골을 넣게 된 그런 기분이에요.”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