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당사자들 눈치만 봤나

입력 2014-06-11 02:40
안전행정부가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세무사에 대한 취업심사 예외조항을 남겨둔 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국민검사’로 불리던 안대희 전 대법관도 전관예우의 덫에 걸려 총리 청문회장에 서지도 못하고 낙마한 것이 바로 엊그제 일이 아닌가. 자격증과 관련된 법률과의 충돌이 있다는 변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법조계의 전관예우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법원과 검찰의 고위직을 지내고 변호사 개업을 할 경우 한 해에 수십억원씩 손쉽게 버는 이런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현직에 있을 때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고액의 월급을 받고, 퇴직한 뒤에는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천문학적인 수임료를 챙기는 것은 정의의 관념에 합당하지 않다.

우선 전관예우로 받는 고액 수임료에 대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도로 엄정하게 부과해 전액 국고로 환수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각 지방변호사회에 신고하게 돼 있는 수임 신고 제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관 변호사가 수임하고도 다른 변호사가 수임한 것처럼 위장 또는 허위로 신고하는 등 불법이 적발될 경우 과감한 제재를 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변호사 수임료 상한제를 채택하는 것도 필요하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의 원리이긴 하지만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처럼 공동체의 위화감 해소와 정의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과감한 조치를 도입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전관이란 이유로 한번에 수십억원씩 버는 것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박탈감을 안겨주는 현실은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판사와 검사의 재임을 충분히 보장해 변호사 개업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일부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할 수도 있다. 사실 마약수사 전담 검사를 하다가 중도에 사표를 내고 버젓이 마약사범의 변호사 노릇을 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 나라에서 월급 받으며 배운 노하우를 사회악을 양산하는 의뢰인에게 써먹는 반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풍토가 더 이상 계속되게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수임료 중과세와 상한제, 판·검사 재임 보장 등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고 청문회 등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또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등이 보장돼 있어 전관에 대한 과도한 제재가 위헌이 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적용에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로 백일하에 드러난 마피아 같은 관료사회의 부조리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민간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를 가동해 ‘관피아’와 ‘법피아’ 등 관료사회의 부조리 척결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공직자윤리법을 다시 가다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