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꿈나눔 캠프] 잠에서 깨면 죽고 싶었다… 지금은? “오늘은 뭐할까”

입력 2014-06-11 03:08
이랬던 민영의 그림이…
캠프 후 이렇게 변했다
외로움에 자살을 시도했던 민영(이하 가명·19), 오토바이를 타고 사고를 쳤던 규석(18)과 단짝친구인 다해(18·여), 공격적 성향이었던 다영(17·여). 국민일보 꿈나눔 캠프 1기 출신들이다. 민영 규석 다해는 이후 2, 3기 캠프에 보조강사로 참가해 자신들이 학교 밖에서 겪은 생생한 일화를 들려줬다. 아이들은 신중한 결정을 주문하는 '선배들'의 경험담과 조언에 귀 기울였다.

국민일보가 연초부터 게재한 ‘학교 밖 아이들을 품자’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련한 꿈나눔 캠프가 시작된 지 10일로 100일이 됐다. 그동안 캠프 1기 아이들은 주변 어른들이 눈을 휘둥그레 뜰 만큼 성장했다. 저마다 꿈을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내며 ‘어른’이 돼 가고 있었다.

민영의 고백

민영은 투신, 수면제 등으로 다섯 차례나 자살을 시도했었다. 부모의 이혼과 학업중단 등을 겪고 은둔형 외톨이로 고시원 골방에서 외로움을 못 견뎌 죽음을 꿈꿨다. 그는 “내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외로웠다”고 했었다. 고시원 옥상 난간에서 내려와 청소년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정신과 전문의 치료 등을 거쳐 캠프 1기로 인연을 맺었다.

민영은 “예전에 자살을 시도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3개월 전에는 하지 않았던 얘기다. 고시원에서 감옥에 갇힌 것처럼 지낼 때 “사람을 공격하고 싶다” “이유 없이 그냥 해치고 싶다” “내가 이 사회에서 살아도 되는 존재인가”라는 충동과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이런 충동에 휩싸일 때는 차라리 죽고 싶었다. 그러나 자존감을 되찾고 삶의 이유가 분명해진 요즘에는 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 자살 충동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다.

눈물도 많아졌다. 슬픈 장면을 봐도 눈물을 흘리는 일이 별로 없었지만 요즘에는 울보가 됐다. 그동안 스스로 ‘감정이 메마른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눈물이 자주 난다. 뭔가 슬픈 장면을 보면서 눈물이 나면 내 감정이 살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는 8월로 예정된 검정고시 합격이 1차 목표다. 이후 대학입시에 도전한다. 심리학과에 진학해 남을 돕는 심리상담가나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 별에도 관심이 많아 천체물리학을 공부해볼지도 고민 중이다. “예전엔 손도 못 댄 수학 문제가 풀리기 시작했다. 정말 뿌듯하다.”

그 전엔 친구가 한 명도 없었지만 캠프에서 만난 규석 다해 다영과 자주 만나며 친해졌다. 강사의 권유로 페이스북을 시작했으며 강사와 캠프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취미삼아 그림을 그리고 살을 빼느라 계단 오르내리기운동도 한다. 100일 동안 5㎏ 감량했다. 아버지가 출장에서 돌아오면 맛있는 음식을 시켜놓고 대화도 한다. 새벽 3시쯤 눈이 떠져 잠을 못 자는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다만 전에는 깨고 나면 “죽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늘은 뭐 하지”라며 일어난다.

바쁘게 사는 아이들

100일 전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캠프를 찾았던 규석은 더 이상 염색을 하지 않는다. 단정하게 자른 머리 모양을 하고 2, 3기 캠프에 참가한 그는 어엿한 보조강사다. 규석은 자퇴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웬만하면 학교를 그만두지 말아라. 그만두려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폐인이 된다”고 설득해 큰 호응을 받았다.

캠프 이전 규석은 가출을 밥 먹듯 했고 경찰서를 수시로 들락거렸다. 이제는 더 이상 사고를 치지 않는다. 배달 아르바이트로 착실히 모은 돈으로 예전 오토바이 사고로 지불해야 하는 합의금을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다. 이달 말에는 모두 갚을 것 같다. 규석의 꿈은 ‘억대 연봉을 받는 유명 헤어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다음달부터 기술을 연마하기로 했다. “(언젠가) 경치 좋은 데 별장을 짓고 사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강사와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다닌다. 아버지와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규석은 “(1기 캠프 때) 제가 전화로 용서를 빈 뒤 아버지가 마음을 많이 푸셨다”고 말했다.

다해와 다영이도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바쁘게 살고 있다. 다해는 오는 8월 검정고시를 치른다. 낙천적인 성격의 다해는 “노는 게 좋아 공부를 많이 못 했지만 자신있다”고 말했다. 경찰서를 들락거리다 학교를 그만둬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했던 다영도 공부를 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할 생각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