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무총리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공석 중인 국가정보원장으로 이병기 주일대사가 10일 각각 내정됐다.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뒤 적지 않은 이들이 총리감으로 거론됐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문 전 주필을 최종 낙점했다. 공직과 정치 경험이 없는 언론인 출신이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총리로 발탁되기는 처음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매우 엄중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문 후보자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언론인을 중용한 데에는 공직사회를 반드시 개혁하겠다는 의지와 연관이 있다고 하겠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관료집단의 무능과 무사안일주의 등이 그대로 노정되자 박 대통령은 수차례 관피아 척결과 인사 시스템 혁신을 통한 공직사회 쇄신을 강조했다. 공직사회를 이대로 놔뒀다간 ‘안전한 대한민국’은 요원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공직사회의 인사 기능이 총리실로 이관되는 등 신임 총리가 공직사회에 메스를 들이대는 일을 주도해야 한다. 하지만 관료 출신 총리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이 평생 몸 바친 곳을 확 뜯어고치는 일인 만큼 머뭇거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도 이를 고려해 언론인을 총리에 내정했다고 볼 수 있다. 문 후보자는 인사청문 절차를 거친 뒤 취임하자마자 공직사회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작업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일부 관료들의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국민들은 철저한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만 바라보고 공직사회를 일신해야 한다. 아울러 어처구니없는 대형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총리실 산하에 신설될 국가안전처를 제대로 만들어 가동시키는 과제도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문 후보자는 ‘책임총리’가 돼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형 리더십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편이다. 국정 운영은 청와대가 아니라 내각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지금까지의 스타일에 변화를 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 후보자는 소신이 강한 보수 논객이자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통한다. 박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고 총리의 권한을 충분히 행사해야 한다. 야당과 소통하며 야당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되 무조건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외교관 출신인 이병기 후보자 앞에 놓인 문제들도 만만치 않다. 국정원은 대선 개입 사건과 간첩 조작 파문 등으로 엉망진창이 된 상태다. 국민의 신뢰 역시 추락했다. 게다가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의 유동성은 커졌다. 망동을 일삼고 있는 북한 김정은 정권, 그런 북한과 느닷없이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일본 아베 정권, 미·일과 중·러의 군비 경쟁 등으로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하루빨리 내부 기강을 확립해 국정원이 명실상부한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 거듭나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설] 소통 중시하고 할 말도 하는 ‘문창극 총리’라야
입력 2014-06-11 0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