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맏형’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10일 본격적인 당권 도전에 나섰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두 번의 옥고를 치르고 계파 갈등에서 밀려나 공천을 받지 못하는 등 정치적 암흑기를 보내기도 했던 서 의원이다. 그런 그가 사실상 출정식 성격으로 7·14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서 의원은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당시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원한 김 전 대통령의 뜻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다. 친박(친박근혜)계가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친박연대’를 만들어 14석을 얻었다. 곧바로 공천헌금 문제로 구속되면서 정치적 생명이 끝난 듯했지만 지난해 보궐선거 당선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서 의원은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의 길’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서 의원은 인사말에서 “다들 ‘서청원은 정치적으로 끝났다. 죽었다’고 얘기했지만 여러분의 변함없는 우정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대강당을 가득 메운 인파는 박수로 화답했다.
서 의원은 특히 “저는 누가 뭐라고 해도 30여년 정치를 하며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당권경쟁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김무성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김 의원은 서 의원이 만든 친박연대에 합류하지 않았고, 2009년 세종시 정국에서는 박 대통령과 이견을 드러냈다. 이후 김 의원을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하는 시각이 생겼다.
서 의원은 이어 기조발표를 통해 “기업으로 말하자면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로 1차 부도를 맞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더 이상은 구제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국가 대개조를 뒷받침하는 정치 대개조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 의원은 수평적 당·청 관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정치는 당이 주도하는 건데 지금까지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수직적 관계로 비쳤다”고 비판했다. 당·정·청 정례회동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산적 경쟁관계로 가야지 갑·을 관계로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이번 전대의 주요 이슈 중 하나인 공천권에 대해선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행사하는 시대가 지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가 한나라당 시절 공천학살을 당하고 감옥까지 가는 등 공천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 앞으로 공천 때문에 누구에게 피해가는 일은 없을 것이고 좋은 인재를 뽑아 열린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으로 한때 서 의원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재오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서 의원과 이 의원은 지난 1월에도 개헌에 대한 입장 차이로 정면충돌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일단 “서 의원의 발제문을 보니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자고 했는데 백번 맞는 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친박 주류를 겨냥한 강도 높은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당이 정권 창출의 실체인데 대통령만 되면 당을 하수인 부리듯 종 부리듯 하고, 당은 청와대가 한마디 하면 아무 소리 못한다”며 “그게 바로 적폐”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번 전대가 그 적폐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친박 맏형’ 서청원 새누리 당권 도전… “수평적 黨·靑관계 만들어 黨이 정치 주도할 것”
입력 2014-06-11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