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위에 다시 세운 ‘지구촌사랑나눔’

입력 2014-06-11 02:27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왼쪽 다섯 번째)와 교계 및 정계,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0일 무료급식소 개소식을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화재로 전소됐던 서울 구로구 남부순환로 ㈔지구촌사랑나눔(대표 김해성 목사) 이주민 무료급식소가 복구공사 끝에 10일 개소식을 가졌다.

1992년부터 하루 평균 200여명의 이주민에게 무료로 세 끼 식사를 제공하던 급식소는 지난해 10월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중국동포 노동자 김모씨의 방화로 불탔다. 1층 무료급식소는 전소됐고, 2∼3층 이주민 전용병원과 4층 쉼터의 전기와 가스시설이 망가져 사역이 전면 중단됐다. 사고 직후 김씨는 사망했고 쉼터에 머물던 9명의 이주민들이 화상을 입었다.

급식시설 복구와 2∼3층 전기·가스시설 개보수 비용, 화상 환자 치료비를 포함해 약 3억원이 필요했다. 화재보험에도 들지 않아 비용 마련이 쉽지 않았다.

김해성 목사는 “사정을 접한 서울 광염교회와 KB금융그룹, 외환은행나눔재단, 삼성사회봉사단 등 20여곳 단체와 개인 후원자들이 발 벗고 나서 성금을 모았고, 이주민들도 자체적으로 모금을 했다”며 “이들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성금으로 지난 3월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새로 꾸민 급식소에는 전보다 청결하고 편리한 주방시설을 설치했으며 입구에 작은 카페를 만들어 이주민이나 방문객들이 담소를 나눌 수 있게 했다. 한쪽 벽면은 만국기와 후원단체의 로고가 들어간 240여개의 타일로 장식했다. 만국기는 이주민들의 출신 국가들을 상징한다.

김 목사는 “처음에는 급식소를 잿더미로 만든 김씨를 용서하기 어려웠지만 분노로 찬 마음에 주님이 찾아오셔서 ‘나는 너를 용서했는데 너는 왜 그를 원망하느냐’고 다그치시며 용서하게 하셨다”고 말했다. 지구촌사랑나눔은 당시 김씨의 장례비용 일체를 지원했고, 김씨의 자녀 두 명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생활비 일부를 지원키로 했다.

개소식에 참석한 광염교회 조현삼 목사는 “예수님의 사랑이 흘러가는 곳에는 회복되는 역사가 일어난다”며 “이곳을 살리신 하나님의 뜻을 기억하며 이주민 돌봄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설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