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잦은 ‘백악관 탈출’… 경호원들 깜짝 행보에 당황

입력 2014-06-11 03:19
"곰이 풀려났다(The bear is loose)."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예고 없이 백악관 인근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로 향하기 전 제니퍼 팔미어리 백악관 공보국장의 등을 살짝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한 달도 안 돼 백악관을 또 '탈출'한 것이다.

오바마는 지난달 21일에도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백악관에서 몇 블록 떨어진 내무부로 걸어가면서 갑작스레 방향을 틀어 백악관 앞 내셔널 몰에 들어가 시민들에게 "곰이 풀려났다"고 농을 건넸다. 그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경호원들이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16일에는 백악관 근처 햄버거 가게 '셰이크 셰이크'에 조 바이든 부통령과 같이 나타나기도 했다.

백악관을 벗어난 깜짝 행보가 한 달 새 세 번째에 이르자 워싱턴 정가에 뒷말이 많다. 친(親)서민 또는 공화당 압박용 행보라는 정치적인 해석부터 '백악관 업무는 제쳐두고 빠져나올 궁리만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AF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자주 백악관을 빠져나가는 것은 집권 2기 이후 자신의 개혁 조치들에 대해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번번이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대학 졸업생의 학자금 대출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행정조치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데 공화당 반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대학생들이 많이 가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당초 '던킨도너츠' 가게에 가겠다고 백악관 기자단에 알렸다가 돌연 행선지를 바꿨다. 대낮 길거리에서 대통령과 마주친 학생과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평소 오바마 대통령이 햄버거와 커피를 즐기다보니 현안이 꽉 막힐 때 단순히 머리를 식히러 가는 거란 평가도 있다. 지난해 말 공화당의 '오바마케어' 반대로 미 연방정부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됐을 때도 바이든 부통령 등과 백악관 근처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치 학업에 흥미를 잃고 졸업만 손꼽아 기다리는 학생 같다"고 비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