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 썩는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욕창에 걸린 제 엉덩이의 3분의 1이 썩어서 그런 거랍니다. 하반신을 영영 쓸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이렇게 더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를 이렇게 만든 세상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병상을 기도로 지키던 아내가 없었다면 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몸은 비록 불편하지만 산업재해로 장애를 입은 저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갑니다.”
촉망받는 건축기사였던 이상우(48)씨는 1995년 공사 현장에서 중장비에 끼여 쓰러졌다. 척추와 갈비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파열돼 생명이 위태로웠지만 대수술을 거쳐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그는 하반신 마비로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는 1급 산재장해 판정을 받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내는 그에게 “어떤 상황에서든 당신을 믿고 열심히 살 거예요. 우리 말씀에 의지해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살아가요”라며 격려했다. 네 살 아들과 갓난 딸의 해맑은 얼굴도 그에게 큰 힘이 됐다.
더 이상 건설 현장에서 산을 깎고 늪을 개간해 기초를 닦고 건물을 지으며 인생을 개척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가족과 함께 다시 한번 도전해 새로운 삶을 개척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장애를 받아들이고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았다.
이씨는 아내가 권유한 근로복지공단 직업훈련 비용지원 사업의 문을 두드렸다. 컴퓨터학원에 등록해 공부하면서 같은 처지의 산재장애인들을 만나게 됐다. 이씨는 문득 ‘내 작은 마음이 이들의 마음을 열어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2의 인생으로 산재장애인을 돕는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사회복지사1급 자격증을 취득해 산재근로자 사회적응 프로그램 운영 기관의 ‘슈퍼바이저’로 일한다.
이씨는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고 하신 성경 말씀처럼 희망을 잃어가는 산재장애인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용기를 찾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10일 산재보험 50주년 기념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이씨의 수기를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다음달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대상 수상작에는 고용노동부장관상과 함께 상금 300만원이 수여된다. 이씨는 상금 40%를 장애인 복지 선교를 위해 교회에 기부할 계획이다. 그는 “삶이 힘들고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이 제 이야기를 읽으시고 희망과 용기를 갖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하반신 마비 절망 이겨낸 건 가족의 힘"
입력 2014-06-11 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