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넘어진 한국축구 일어나라!… 가나와 최종 평가전 0대 4 대패

입력 2014-06-11 02:12

결과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한 ‘마지막 모의고사’였다. 그러나 결과도 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홍명보호’는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선 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조던 아예우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0대 4로 대패했다. 공격과 수비의 조화, 압박, 골 결정력, 체력 등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일주일의 기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느슨한 압박에 뻥 뚫린 골문=홍명보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가나의 역습을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고 경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나의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반 11분 한국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김창수가 백패스를 하자 안드레 아예우가 따내 반대편 문전으로 보냈고, 이를 안드레 아예우의 동생인 조던 아예우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첫 골을 뽑아냈다.

전반 43분엔 중원에서 곽태휘가 가나의 골잡이 아사모아 기안에게 공을 빼앗긴 뒤 심판을 바라보며 휘슬을 불어 주길 기다렸으나 경기는 계속됐다. 기안은 한국 진영을 돌파해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후반 들어 홍 감독은 실수를 한 곽태휘와 김창수를 각각 홍정호, 이용으로 교체해 수비라인을 정비했다. 하지만 실점은 이어졌다. 후반 8분 한국은 페널티아크 오른쪽에서 조던 아예우에게 공간을 내줘 한 골을 더 헌납했다. 이어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조던 아예우에게 쐐기골을 얻어맞고 완전히 무너졌다.

경기장에서 만난 로이터의 켄 페리스 기자는 “가나의 역습은 강력했다”며 “가나 선수들의 역습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이 한국의 패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선수들은 경기 중 커버 플레이에 미숙해 보였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골 결정력=한국 대표팀에서 돋보인 활약을 펼친 선수는 손흥민뿐이었다. 왼쪽 날개로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빠른 돌파와 과감한 슈팅을 날리며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손흥민이 동료들의 패스를 받아먹지 못하는 장면은 아쉬웠다. 손흥민이 빈 공간으로 파고들어도 패스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고, 드리블로 치고 들어갈 땐 패스를 받아 줄 동료가 보이지 않았다.

전반 40분 가나의 왼쪽 측면을 돌파한 손흥민이 상대 수비를 제치고 날린 오른발 슈팅이 한국이 연출한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만일 이 골이 들어갔더라면 경기 양상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볼 점유율은 높았지만 골 결정력은 낮았다. 반면 가나는 한국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하는 영리한 플레이를 했다.

전문가들은 홍명보호가 마이애미 전지훈련을 마친 이 시점에선 전술과 체력, 정신력 모두 완성단계에 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야=한국은 월드컵 본선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른 역대 평가전 가운데 최다 골 패배를 당했다.

월드컵 본선 이전 최종 평가전은 결과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 어떤 내용으로 경기를 치렀느냐에 따라 월드컵에서의 성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02년과 2010년 한국은 각각 강호 프랑스, 스페인을 상대로 잘 싸웠고, 1골 차로 패했다.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본선에서 4강과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반면 약한 팀을 상대로 이기거나 결과와 내용 모두 좋지 않았을 땐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 앞선 평가전에서 중국에 1대 0 승리를 거뒀으나 1무 2패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했고, 2006 독일월드컵 이전 평가전 땐 가나에 1대 3으로 패한 뒤 1승1무1패로 본선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선수들은 경기 후 큰 충격을 받은 듯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감도 잃은 모습이었다. 골대 불운에 고개를 숙인 손흥민은 “결과가 나빠서 팬들이 실망하는 게 당연하다”며 “이제 더 이상 평가전이 없는 만큼 앞으로 더 힘을 내서 본선 무대에서 실점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실수가 많았다”며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었던 만큼 조직력을 더 가다듬어야 하고, 실점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애미=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