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높고 만기 짧은 ‘특판 RP’ 인기몰이

입력 2014-06-12 02:49
KDB대우증권의 프라이빗뱅커(PB)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이면 초비상 상태다. 오전 9시마다 시작되는 연 4.0% 확정금리형 RP(환매조건부채권) 특별판매 물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연 4%가 어디냐”는 고객들의 채근에 PB들은 9시 정각에 알람을 맞춰 두고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듯 단말기의 예약 버튼을 클릭한다. 매주 풀리는 100억원 남짓의 물량이 ‘완판’되기까지는 불과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RP는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증권사가 일정 기간 뒤 약속된 가격에 되사주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최대 연 1% 포인트 가량 높은데다 만기도 짧아 단기자금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연초부터 3개월 만기에 연 4.0% 금리를 제공하는 ‘매칭RP’, 연 3.3% 금리를 제공하는 ‘특별한RP’를 판매하고 있다. 매칭RP는 매월 500억원 규모로, 특별한RP는 매주 100억원 규모로 공급된다. 신규고객에게만 내놓는 특별한RP의 경우 각자 1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투자를 받는데, 올 들어 10일까지 무려 2769억원이 판매됐다.

연말까지 1000억원 판매 목표로 연 4% RP 특판에 뛰어든 동부증권도 고객의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고 있다. 동부증권의 6개월 만기 상품인 ‘행복한 RP’는 판매가 시작된 4월부터 지난달까지 단 2개월간 300억원이 넘게 판매됐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11일 “타 상품 가입 조건 없이 3000만원 한도로 가입할 수 있는 고금리 특판 상품”이라며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해 저금리 시대의 필수 포트폴리오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높은 금리를 약속하는 까닭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RP 판매가 증권사들의 ‘제살깎아먹기 경쟁’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확정금리형 고금리 RP를 판매하는 증권사들은 ‘신규고객 유치 비용’이라는 입장이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역마진 논란을 알지만,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고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고민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