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 첫 번째 변화는 서구 교회의 교세가 줄어든 것이다. 유럽 교회는 1970년대 초에 전성기를 기록했다. 전후 베이비붐 시대를 맞아 교회마다 교회학교가 가득 찼다. 괜찮은 가문은 장남을 신학교에 보낸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10년마다 교인이 절반씩 줄었다. 10년 뒤에는 교세가 반 토막 났고, 20년이 지난 뒤에는 4분의 1이 된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전성기 때 교세의 10분의 1에 불과한 교단도 있다. 문을 닫는 교회도, 다른 용도로 팔리는 예배당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된 것처럼 걷잡을 수 없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개혁교회의 본고장 유럽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다.
성공회나 감리교, 장로교 등 다양한 교파들이 탄생한 영국은 스위스 네덜란드와 함께 개혁교회의 고향이라 할 수 있다. 독일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루터교회가 국가교회로 발전했다. 지금은 이들 8개 나라에서 주일에 교회에 나가는 성도들보다 이슬람 교인이 더 많다고 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헝가리에도 소수파 개신교회가 보물처럼 자리 잡고 있지만 형편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유럽 대륙은 새로운 선교지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앵글로색슨계 백인이 중심을 이룬 주류 개신교회의 교세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미국만 상대적으로 나은 형편이다.
반면에 성장하는 교회도 있다. 세계적으로 카리스마틱 영성, 성령운동에 기초한 독립교회들이 부흥하고 있다. 대도시마다 수만명의 출석교인을 헤아리는 초대형 교회들이 출현하고 있다. 대륙별로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일 것이다. 1976년 문화혁명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대부분의 교회가 문을 닫았다. 지하교회든, 가정교회든, 삼자교회든 구별 없이 모두 고난을 당했다. ‘1명의 기독교인이 세례를 받으면 1명의 중국 인민이 줄어든다’는 말처럼 기독교를 경원하는 태도가 강했다. 하지만 문화혁명이 끝난 뒤 추세가 바뀌었다. 2012년 말 현재 중국 대륙에는 2300만명의 세례교인이 있다. 지금도 해마다 50만명 이상이 세례를 받고 있다. 그야말로 중국인들이 물밀듯이 교회로 밀려들고 있다.
이런 변화는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까. 학자들마다 여러 원인을 들고 있다. 다들 일리가 있다. 필자는 호주 교회에서 7년간 목회하고 현지 목회자들과 교류하면서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학자들의 복음적 순종, 목회자들의 성실함, 교인들의 신행일치는 부러웠다. 그들의 신학과 목회에서 문제를 찾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도리어 요한계시록 2장의 말씀을 묵상하게 된다.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촛대를 옮기신 것은 아닐까. 오늘 한국 교회는 서구 교회의 경험을 남의 이야기로 돌릴 수 없는 처지다. 처음 사랑을 버린 에베소교회를 향해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고 하신 말씀을 무겁게 들어야 할 것이다.
변창배 목사(예장 통합 총회기획국장)
[시온의 소리-변창배] 세계교회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
입력 2014-06-11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