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10원대 중반으로 급락했다. 원·엔 환율과 원·위안 환율도 동반 하락하는 등 원화가 트리플 강세를 보이면서 외환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원화 강세 지속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내 1000원까지 떨어지고, 내년 상반기에는 960∼980원대로 세 자릿수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3원 떨어진 달러당 1016.2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02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8년 8월 이후 5년10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5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책과 미국 고용지표 호조세 등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심리 확대가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경상수지 흑자가 26개월째 계속되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순매입으로 자본수지 흑자 폭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모건스탠리는 4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로부터 양질의 외국 자금이 한국에 꾸준히 유입되면서 구조적인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 앞으로도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외환 당국의 환율 안정 의지가 강해 원·달러 환율이 이른 시일 안에 세 자릿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환율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수출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외환 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등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원화 강세에 위안화 약세가 겹치면서 원·위안 환율은 이날 162.97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 7월 중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대중국 수출과 관광업 등에 타격이 우려된다. 원·엔 환율도 오후 6시 현재 6.05원 하락한 100엔당 990.54원으로 980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김재중 박은애 기자 jjkim@kmib.co.kr
ECB發 금리인하 강풍에 환율 ‘낙엽’
입력 2014-06-10 0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