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경영진 동반사퇴 ‘초유의 위기’ 올 수도

입력 2014-06-10 03:13
금융당국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 방침을 사전 통보했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KB금융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동시에 사퇴 압박을 받는 초유의 사태를 맞닥뜨리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9일 “오는 26일 KB금융·국민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규정에 따라 중징계 사실을 사전 통보했다”면서 “누적된 사고와 지속적 내부통제 문제 등을 종합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 도쿄지점 비리 사건부터 올해 초 발생한 카드사 정보유출 사고, 최근 벌어진 국민은행 전산기 교체 관련 갈등까지 잇달아 벌어진 문제에 대해 KB금융의 책임을 무겁게 본다는 얘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에 대해 “신용정보 유출도 그렇고, KT ENS 협력업체의 부당대출 등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났다”면서 “기본의 문제이고, 금융 모럴(도덕)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사전 통보를 받은 징계 대상자는 제재심의위원회 전까지 제재 수위 등에 대해 소명 절차를 거칠 수 있지만, 일단 중징계를 통보받으면 문책경고 등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사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을 받으면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문책경고 시 법적으로는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지만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기 때문에 사실상 정상적 경영이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과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중징계를 전후로 사퇴한 바 있다. 지난 4월 문책경고를 받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사퇴하지 않고 임기를 채운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었다.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기관 제재도 예정돼 있다.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으면 향후 금융사 인수 등 실질적인 경영에도 제한을 받는다. 당장 LIG손해보험 인수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KB금융지주 측은 “아직 징계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소명 등의 절차를 거쳐 징계수위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