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軍 복무자 학점 부여 추진… ‘가산점제 부활’ 공방

입력 2014-06-10 03:07
국방부가 병역의무를 일종의 ‘스펙’으로 인정해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군 복무경험의 학점인정제’ 도입을 검토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의무병 제도 하에서 군 복무자들이 학업 및 경력 중단, 취업 지연 등 불이익을 받고 있어 사회적인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게 도입 취지다. 하지만 장애인이나 여성에게는 혜택이 주어지지 않고, 중졸 또는 고졸 병역 의무자의 경우 학점 활용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소수자를 배려하지 않은 차별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이나 산업체에서 이를 수용할 것인지도 확실치 않아 비현실적인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 국방교육정책관실은 9일 “군 복무 시 일정한 시간과 형식을 갖춘 교육훈련 및 부대활동을 이수한 경우 학점을 부여해 대학 학점으로 전환하거나 산업체 근무 시 호봉 또는 경력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가능하면 이달 중 교육부와 양해각서를 맺고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17년 말쯤 법제화한 뒤 2018년 군 복무자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국방부 안은 군 복무 이행자에게 ‘교양 및 일반선택과목’에서 일괄적으로 9학점을 부여하고 특정훈련을 이수하면 추가학점을 줘 대학졸업 시기를 앞당긴다는 것이다. 지금은 군과 협약을 맺은 대학 강좌를 온라인으로 수강하면 6∼9학점을 딸 수 있다. 군 교육기관에 들어가 특기교육을 받아도 2∼3학점이 주어진다. 따라서 일괄로 부여되는 9학점에 추가학점이 보태지면 20학점 안팎의 한 학기 학점을 딸 수 있어 6개월 빨리 졸업할 수 있게 된다. 기존보다 졸업이 당겨지는 만큼 군 복무 단축 효과가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병사 45만2500여명 가운데 85% 정도인 38만4700명이 대학 재학생이다.

국방부는 중·고졸 군 복무자에게는 평생교육진흥법에 따라 학점으로 인정되는 학점은행제 평생학습계좌에 적립해 놓았다가 추후 대학 입학 또는 취업 시 활용하게 할 예정이다. 또 산업체 근무 중 복무한 이들에게는 호봉이나 경력으로 전환해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반도 안보환경에서 복무기간을 일괄적으로 줄일 수도 없고 군 가산점제도 도입하기 어려워 병역 의무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성계와 인권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정책실장은 “장애인과 여성뿐 아니라 고졸 남성마저 배제한다는 점에서 군 가산점제와 마찬가지로 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도 “국방부가 정치권 공약 사항이던 월급 인상안을 무마하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정된 국방예산으로 복무자들에게 보상할 방안이 많지 않다”며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뭐가 제일 좋은 방법인지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이도경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