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현역병과 보충역이 일정한 훈련을 마친 경우 대학 학점 등을 인정하는 ‘군 복무경험의 학점 인정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국방부는 의무병제도 하에서 군 복무자들이 학업 중단과 취업시기 지연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보고 사회적 보상 차원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장애인이나 여성 혹은 고졸 이하 병역의무자들에게는 혜택이 주어지지 않아 소수자를 배려하지 않은 차별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이나 산업체에서 이를 수용할 것인지도 확실치 않아 현실화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국방부 국방교육정책관실은 9일 “군 복무 시 일정한 시간과 형식을 갖춘 교육훈련 및 부대 활동을 이수한 경우 학점을 부여해 대학 학점으로 전환하거나 산업체 근무 시 호봉 또는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가능하면 이달 중 교육부와 양해각서를 맺고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 2017년 말쯤 이를 법제화해 2018년 군 복무자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국방부의 안은 군 복무 이행자에게 ‘교양 및 일반선택과목’에서 일괄적으로 9학점을 부여하고 특정훈련을 이수할 경우 추가 학점을 인정해 대학졸업 시기를 앞당긴다는 것이다. 현재 군 복무 중인 병사가 군과 협약을 맺은 대학 강좌를 온라인으로 수강할 경우 6∼9학점을 딸 수 있고 군 교육기관 입대 시 특기교육을 받으면 2∼3학점이 주어진다. 여기에 9학점을 추가하면 1학기 수강 학점을 받을 수 있어 1개 학기를 일찍 졸업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사실상 군 복무기간이 단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병사 45만2500여명 가운데 대학 재학생은 85% 정도인 38만4700명이다. 국방부는 나머지 중·고졸 복무자에게는 학점은행제를 활용, 평생교육진흥법에 따라 학점으로 인정이 되는 평생학습계좌에 적립했다가 대학 진학이나 취업 시 활용하게 할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 안보환경에서 군 복무 기간을 줄일 수도, 군 가산점제를 활용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병역의무 이행자에게 최소한의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여성계와 인권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정책실장은 “장애인과 여성뿐 아니라 고졸 학력으로 군 복무를 한 남성마저 배제된다는 점에서 군가산점제와 마찬가지로 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가 군 복무 남성에 대해 차별적 요소 없는 실질적 보상을 고민하기보다는 생색내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도 “국방부가 정치권의 공약 사항이었던 월급 인상안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한된 국방예산으로 군이 병역의무자들을 위해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은 많지 않다”며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우리사회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사안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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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軍 복무자 학점 부여 추진… ‘가산점제 부활’ 공방
입력 2014-06-10 02:19